칼럼

[대청봉]민선 8기 후반기, 섬김의 리더십 보여 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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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영 화천주재 국장

◇장기영 화천주재 국장

섬김의 리더십, 헤르만 헤세의 ‘동방순례’에서 이 모델을 찾을 수 있다. 소설 속에서 하인 레오가 어느 순간 사라지자 순례의 대열은 사분오열된다. 드러나지 않게 이 대열을 이끌고 왔던 인물이 바로 레오였다. 가장 아래에서 봉사하던 하인이 순례단을 후원하는 비밀결사의 지도자였음을 나중에야 알게 된다. 그는 온갖 허드렛일을 도맡아 하면서도 순례단이 지치고 힘들어할 때마다 노래를 불러 활기를 불어넣어 준 실질적으로 진정한 지도자였다.

경영학자인 로버트 그린리프가 여기서 아이디어를 얻어 ‘서번트 리더십’을 주창했다. 그는 동방순례의 주인공 레오의 모습에서 참된 리더십의 정수를 발견했다. 역설적이지만 지도자는 조직의 구성원을 대표하는 실력과 능력을 구비해야 하지만 동시에 그들을 지배하거나 그들 위에 군림하지 않고 도리어 섬기는 하인이기도 하다. ‘리더가 되려면 먼저 섬기는 머슴이 돼라’는 섬김의 리더십은 지식정보화시대, 미래사회에 가장 필요한 리더십으로 꼽힌다.

비전, 설득, 공감이 섬김 리더의 특징이다. 단순히 봉사하는 리더십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비전을 통해 설득하고 공감하며 함께 나아가는 것이다. “만약 배를 건조하기 원한다면 나무를 모아오라고 소리치며, 임무를 분담시키고, 일하라고 명하지 말라. 오히려 그들로 하여금 광활한 끝이 없는 바다를 향한 동경을 불러일으키라.” 생텍쥐페리의 전기에 나오는 얘기도 같은 맥락이다. 배를 만들어 바다로 향하고 싶은 열망이 일어나게 하는 게 배를 만드는 지름길이다. 공동체를 섬기는 가운데 그들이 성장하도록 지원하고 공동 비전과 가치를 위해 함께 전진하는 게 섬김 리더의 모습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섬김의 리더십인 ‘머슴론’을 강조했다. 대선 선거운동 기간은 물론 인수위 시절엔 “유능하고 일 잘하는 정부가 중요합니다. 우리는 국민의 공복이고 국민의 머슴입니다. 국민의 심부름꾼이고 머슴이라고 하는 건 국민들이 볼 때 아주 기민하면서 일 잘하고 아주 똑똑하고 유능하게 하는 것입니다”라고 밝히곤 했다. 정국 운영의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대목이었다. 권위주의 시대에 대비되는 탈권위 정부임을 내세운 것으로 평가됐다.

강원도정의 김진태 지사도 ‘섬김’을 내세웠다. 2년 전 당선인 시절 춘천지역 교계 지도자들이 마련한 자리에서 “도민을 섬기는 자리로 여기고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민선 8기 후반기 첫 행보 역시 주민들의 삶의 현장에서 시작했다. 우체국 택배 상차 작업을 비롯해 노인복지관 배식 봉사를 도우며 구슬땀을 흘렸다. 김시성 도의장은 후반기 원구성을 마친 후 “의장의 권위를 내려놓겠다”며 부드러운 리더십을 내비쳤다. 도내 시장·군수 인터뷰에 가장 많이 등장한 키워드 역시 ‘섬김’이다.

지방분권 시대에 선출직 단체장은 지역 발전의 견인차 역할을 담당한다. 이들이 리더십을 어떻게 발휘하느냐에 따라 지역 발전의 정도가 달라진다. 전통적 리더십에서는 자리를 통해 얻은 힘과 권력으로 조직을 이끌어가고 그 지위에 따라 명령하고 지시하는 군림의 리더십이 통했다. 하지만 미래사회는 리더십의 패러다임 전환을 요구한다. 피라미드의 맨 밑으로 내려가 공조직의 직원들과 지역 주민을 올려세우는 피라미드의 역설로 표현할 수 있다.

역대 단체장들 역시 섬김을 내세웠지만 서서히 명령과 통제에 의한 행정적 리더십, 권위주의적 리더십으로 흘러간 감이 없지 않았다. 봉사하며 섬기는 자리라기보다 군림하며 주장하는 자리로 여기는 듯 보였다. 섬김의 핵심은 비전을 향해 함께 일하도록 하는 데 있다. 리더로부터 우러나오는 도덕적 품성과 희망, 영감, 사랑이 바로 그 원동력이다. 힘차게 출범한 민선 8기, 절반이 지나고 후반기에 접어들었다. 이젠 섬김의 리더십으로 평가받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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