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랜만에 나이, 직업 모두 잊고 어린 시절로 돌아간 것 같아서 행복했습니다.” 홍천 서석면 풍암2리 아람마을로 ‘촌캉스’를 다녀간 수도권의 한 20대가 남긴 후기다. 대도시에서 태어나고 치열한 경쟁 속에 자란 MZ세대에게는 농촌에서의 모든 경험이 새롭다. 촌스러움의 상징인 몸뻬 바지를 입거나 밀짚 모자를 쓰는 경험, 밭에 쭈그리고 앉아 농작물을 가꾸는 경험, 계곡에 발을 담그는 경험 등이 모두 특별하다. ‘분초사회’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1분 1초를 다투는 대도시의 흐름에서 벗어나 농촌에서 느끼는 감정은 해방감이다. ▼촌캉스는 마을을 뜻하는 ‘촌(村)’에 휴가를 뜻하는 ‘바캉스’를 합친 단어다. 코로나19 유행기에는 럭셔리한 호텔에서 쉬는 ‘호캉스’가 유행이었지만 요즘 MZ들은 촌캉스에 빠졌다. 트렌드에 민감한 예능 프로그램의 키워드도 ‘촌캉스’다. 시골이 배경인 예능 프로그램이 늘고 있다. 에스파 등 K팝 스타들이 세련되고 강렬한 이미지를 내려놓고 촌캉스를 즐기는 콘텐츠가 곳곳에서 나온다. 소멸론을 걱정해야 하는 비수도권 지역에서는 이런 수도권 MZ들의 촌캉스 수요를 눈여겨봐야 한다. ▼촌캉스란 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급자도 유심히 봐야 한다. 홍천 아람마을의 매력을 만들고, 청년들을 불러 모으는 이들은 ‘업타운’이란 청년 단체다. 이들도 도시에서 나고 자란 20대다. 2~4일 단위로 촌캉스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SNS로 참가자를 10~40명씩 모집한다. 모르는 사람들끼리 농촌에서 만나 즐거운 경험을 쌓도록 ‘연결자’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홍천에 왔다가 아예 농식품 분야 창업까지 하는 20대들도 있다. 그렇다면 아람마을로 업타운을 이끈 이들은 누구일까. ▼청년들은 지난달 행정안전부 차관보와의 간담회에서 마을 이장을 “업타운의 아버지”, 노인회장을 “업타운의 할아버지”라고 소개했다. 도시 청년들의 촌캉스를 보고 “농촌에 와서 시끄럽게 놀기만 한다”고 타박하지 않고 품은 원주민들이 있었다. 개방성의 힘은 이만큼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