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소폭 인상 여부를 검토했던 민수용 도시가스 요금에 대해 인상을 일단 보류했다. 도시가스가 원가 이하로 공급돼 한국가스공사의 민수용 도시가스 미수금이 13조5,000억원에 달하지만 공공요금 인상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지난 1일자 인상은 무리라고 판단해서다. 상반기 물가 상승률이 하락해 안정세를 보이고 있는 만큼 이 기조를 유지하는 데 초점을 맞춘 것으로 보인다. 올 상반기 물가는 완만한 둔화 추세를 보이고 있으나 누적된 인플레이션 영향으로 물가 수준은 여전히 높다. 2022년 이후 가스요금이 40%가량 치솟으면서 그해 겨울 ‘난방비 폭탄’ 논란이 불거졌던 점도 정부로서는 공공요금 인상에 신중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문제는 인상 폭과 시기다. 2분기 들어 외식과 가공식품 가격이 줄줄이 올랐고 장바구니물가 폭등으로 서민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통상 겨울철은 난방으로 가스 사용량이 많아 여름철이 가스요금 인상의 적기로 꼽히지만 그 시점을 찾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가스공사의 재무 상황과 가스요금 인상 여부 등에 대해서는 계속 논의 중이어서 이달 중 오를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 있다. 정부 내에서도 2023년 5월 이후 동결해 온 가스요금을 인상할 필요성에 대해 공감하고 있다. 가스요금은 통상 원료비 등을 정산해 홀수달 1일자로 조정하지만 정부가 인상을 결정하면 실무 작업을 거쳐 올 9월1일 이전에라도 인상할 수 있다. 주택용 가스요금은 지난해 5월 MJ(메가줄)당 1.04원 오른 뒤 14개월째 제자리다. 가스공사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국제 에너지 가격이 상승한 상황에서 원가의 80∼90% 수준으로 가스를 공급하고 있다. 이에 민수용 도시가스 미수금은 13조5,000억원까지 불어났다. 막대한 미수금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원가 이하의 가스요금 조정이 불가피하므로 대책이 시급하다.
이에 이번 인상 보류가 정부에 대한 불신과 정책 효과를 떨어뜨린다는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 에너지 요금 현실화를 미루다 보면 결국 국민들의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으며 공공기관이 적자를 메우기 위해 계속 회사채를 발행하거나 은행에서 돈을 빌리면 금융시장 왜곡으로 중소기업이나 서민에게 피해를 줄 여지가 더 커지고, 글로벌 에너지 위기 속에 에너지 절약이 필수인 상황에서 에너지 요금 동결이 자칫 소비자들의 이용 행태에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하면서 물가에 미치는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한 정부의 신중한 결정이 필요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