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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중언]‘지방 유학’

대한민국에는 두 개의 블랙홀이 있다. 하나는 ‘돈’이고 다른 하나는 ‘서울’이다. 블랙홀은 모든 것을 끌어당긴다. 최근 의대 정원 확대 정책이 발표되었지만 늘어난 의사들도 서울로, 돈 되는 영역으로 가버릴 것이니 백약이 무효라는 우려도 여기서 나온다. ▼대한민국에서 의대는 단순히 학문을 배우는 곳이 아니라, 청소년들의 꿈과 희망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처럼 여겨진다. 의대 입학은 거의 신화적인 의미를 갖는다. ‘의대 블랙홀’이라는 용어는 대한민국 교육계에서 의대 입시의 엄청난 인기를 비유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문턱은 치열한 입시 준비를 요구하며, 많은 학생이 이 과정에서 극심한 압박감을 느낀다. 학부모들 또한 자녀의 의대 진학을 위해 막대한 시간과 비용을 투자하며 이 과정에서 부모와 자녀 간의 갈등이 생기기도 한다. 또한 의대 블랙홀은 다른 분야로의 진로 선택을 어렵게 만든다. 음악이나 미술에 소질이 있는 학생들이 있었지만, 그들조차 의대에 대한 사회적 압박 때문에 자신의 꿈을 포기하고 의대 입시를 준비한다. ▼의대 입시는 고등학생들 사이에서 가장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전쟁터와도 같다. 의대 입시의 경쟁률은 매년 높은 수준을 유지한다. 심화 학습반, 의학 관련 독서 모임, 모의 면접 등 다양한 활동이 있다. 이러한 프로그램은 학생들이 의대 입시를 준비하는 데 도움을 주지만, 동시에 학생들의 부담을 가중시키기도 한다. ▼비수도권 대학 26곳이 2025학년도 의대 정원 3,111명 중 1,900여명을 지역인재전형을 통해 선발할 계획이라고 한다. 올해 뽑은 지역인재(1,071명)의 두 배에 가깝다. 해당 지역에서 자란 학생들이 그 지역에 정착하도록 유도해 지역의료를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입시 업계에서는 자녀를 의대에 쉽게 보내기 위해 수도권에서 지방으로 이사하는 이른바 ‘지방 유학’이 성행할 거란 관측을 내놓는다. 지역인재전형이 수도권 유턴을 염두에 둔 수험생들의 의대 진학 도구로만 활용될 공산이 크다는 걱정이 기우였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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