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들머리 ‘노천1교’ 지나 공작산 품으로 ‘풍덩!’
버스를 타고 홍천버스터미널에 도착했다면 노천리 가는 버스를 잡아타고 노천1리 방면 노현승강장에서 내리면 된다. 노현승강장 인근에 다리가 하나 보이는데 그것이 바로 노천1교다. 수타사계곡 코스 탐방의 들머리 지점으로 이곳을 삼으면 된다. 다리(노천1교) 건너기 전 우측으로 나 있는 길(지왕동길)이 있고 다리를 건너 산기슭을 향하는 길(노현길)이 있는데 두 번째 보이는 길을 선택해야 원래 계획했던 제대로 된 코스에 접어들 수 있다.
다리를 건너 오른쪽 옆구리에 물길을 잡아두고 1㎞ 남짓 걸어 올라가면 발바닥을 뜨끈뜨끈하게 만드는 인공적인 길이 스르륵 사라지고 홍천군의 9경(景)이라는 공작산 자락에 안기며 본격적인 트레킹을 시작해 볼 수 있다. 가공되지 않은, 다소 거친 느낌의 길이지만 참방참방 물 위를 걷는 기분은 특별하다. 기존에 알려진 코스에서는 만날 수 없는 조금은 다른 수타사계곡 코스를 즐기는 방법 중 하나다. 물길을 가운데 두고 걷다 보면 빼곡한 나무들의 행렬이 도열하듯 양옆을 가득 메우며 만화경처럼 이어진다.
길이 ‘있다’, ‘없다’가 반복된다. 물 위를 걷다, 바위 옆구리를 밟다, 다시 숲길에 안기다를 4km 정도 하다 보면 ‘신봉교’에 다다를 수 있다. 이제 코스 3분의 2 지점에는 도달한 셈이다. 잠시 정지. 차가 다니는 도로에 올라타면 그늘이 따로 없으니 다리 밑에서 꿀맛 같은 휴식모드에 돌입한다.
다리 밑을 지나 다시 좁다란 농로(신봉로)를 타고 트레킹 길에 오른다. (도로 위에는 별도로 횡단보도가 없는 자동차 도로니 다리 밑으로 그대로 지나는 것이 안전하다.) 산기슭을 향해 300m 정도 걷고 나서 수타사 가는 길을 알리는 푯말을 보며 좌회전. 펜션 방향으로 돌다리가 놓여 있다.
■궝소 출렁다리 향해 ‘출발~’
보통 수타사 인근 주차장를 들머리로 하는 수타사계곡 코스(수타사 산소길 코스)에서는 이 펜션이 트레킹의 반환 지점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노천1교를 시작점으로 한 이번 코스에서는 코스의 나머지 30%를 마저 매조지하기 위한 시작 지점쯤으로 보면 된다.
리듬을 탄 채 돌다리를 ‘통~ 통~ 통~’ 건너고 펜션을 지나친다. 나무 아래 나무탁자가 놓여 있는데 이곳에서 중간 쉼을 가져도 되겠다 싶다. 다시 발걸음을 재촉해 본다. 그런데 생각지도 않게 왼편으로 논이 보이는가 싶더니 비닐하우스도 따라 나온다. 계곡 속에서 좀처럼 볼 수 없는 생경한 풍경이다. 이곳을 지나치자마자 바로 본격적인 계곡 길이 다시 시작된다. 얼마를 걸었을까. 좀 전에 본 돌다리와는 격(?)이 다른 제법 큰 규모의 다리가 펼쳐진다. ‘궝소 출렁다리’다.
이름이 왠지 어렵다. 궝소라. 뜻을 살피니 이렇다. 아름드리 통나무를 파서 만든 소여물통을 ‘궝’이라고 하는데 암반으로 이뤄진 협곡이 궝과 같이 생겼다고 해서 ‘궝소’로 불린다고 한다. 일단 다리를 건넌다. 그러다 잠시 정지.
‘궝소 출렁다리’ 중간쯤에서 바라다보는 수타사 계곡의 모습은 그야말로 일품이다. 여기서 다리를 건너지 않고 그대로 직진하면 ‘공작산 생태숲’이 나오고 조금 더 걸으면 ‘수타사’를 만날 수 있다.
이곳으로 가는 길 중간에 자칫 신경 안 쓰면 스칠 수 있는 장소가 바로 ‘궝소’다. 다리를 건너고 궝소를 내려다본다. 반질반질하고 너른 암반. 수타사 계곡의 절경이다. 잠시 길에서 이탈. 계곡 아래로 내려간다. ‘쏴~’ 시원한 물소리가 귓가를 두드린다. 이처럼 물은 흐르고 흘러 바위를 만나고 헤어지기를 반복하며 시간의 흐름 속에 궝소라는 걸작을 만들어냈다.
발길을 재촉해 본다. 이내 원시의 아름다움을 간직한 계곡 구간을 거닐어 본다. 바람 한 자락 살랑 얼굴을 때리고, 햇살 한 줌 물결에 반사돼 반짝인다. 자연이 걸어오는 희롱을 즐기며 한참을 걷다가 그러다 또 하나의 절경과 조우한다. ‘용담’이다. 이 ‘용담’은 명주실 한 타래를 풀어 넣어도 물 깊이를 헤아릴 수 없었다는 곳이라고 하는데 이곳에서 바로 옆 박쥐굴을 통해 용이 승천했다는 전설도 품고 있다.
■역사 속의 ‘수타사’ 탐방
용담에서 조금만 더 내려가면 공작교다. 그러고 보니 이 코스는 다리와 다리를 이정표로 삼으면 쉽다. 들머리가 ‘노천1교’ → 3분의 2 지점이 ‘신봉교’ → 날머리가 ‘공작교’니 말이다. 이 코스를 제대로 매조지하려면 코스의 메인 포스트라고 할 수 있는 ‘수타사(壽陀寺)’와의 만남은 잊지 말아야 한다.
공작교를 스치면 왼편으로 스르륵 나타나는 사찰이 수타사다. 대한불교조계종 제4교구 본사인 월정사(月精寺)의 말사로 신라 성덕왕 7년(708년) 창건됐으며 우적산(牛寂山) 일월사(日月寺)라고 했는데, 1568년에 현재의 위치로 옮기면서 수타사(水墮寺)라고 이름을 바꿨다고 한다. 수타사 내에는 수령 500년의 주목(朱木) 한 그루도 자리하고 있고 보물 ‘월인속보 권17~18(수타사 성보박물관)’을 비롯한 대적광전(大寂光殿·강원도유형문화재) 등 다양한 문화재들이 가득하다. 수타사를 다 둘러봤다면 인근에 있는 ‘공작산 생태숲’을 여유 있게 둘러보기를 권한다.
만약 자가용 차량을 가져왔다면 공작산 생태숲 교육관 인근에 조성된 너른 주차장에 차를 세워놓고 역순으로 코스를 둘러봐도 좋다. 수타사 → 공작산 생태숲 → 궝소 출렁다리 → 펜션 → 궝소 출렁다리 → 궝소 → 용담 → 공작교 → 수타사로 이어지는 수타사 산소길, 둘레길 코스도 추천한다. 특히 이 코스는 홍천이 고향인 세조의 비(妃) 정희왕후의 태(胎)가 묻힌 매태지(埋胎址)가 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어 지역의 특성과 역사, 문화 등 스토리텔링을 통해 아름다운 자연과 이야기가 버무려진 걷기 코스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오석기기자 / 편집=홍예정기자
수타사계곡 코스에 닿으려면 2가지 선택지 중 한가지를 선택해야 한다. 첫 번째는 버스를 이용하는 경우, 나머지는 자가용 차량을 이용하는 경우다. 전자는 코스가 다소 험한 대신 조용하고 고즈넉하게 풍경을 즐길 수 있고, 후자는 비교적 가볍게 절경의 바다에 빠질 수 있다. 이번에는 조금은 거친, 하지만 재미있는 ‘노천1교→ 신봉교 → 궝소 출렁다리 → 공작교 → 수타사’ 코스를 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