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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중언]‘샤워실의 바보’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미국의 밀턴 프리드먼(Milton Friedman)은 ‘샤워실의 바보’를 통해 정부의 부적절한 시장개입을 경고했다. 샤워실에서는 적정 온도를 맞추기까지 다소 소심할 필요가 있다. 성격이 급한 사람은 물 온도를 빨리 맞추려고 더운물 또는 찬물 손잡이를 끝까지 돌려버린다. 결과는 십중팔구 뜨거운 물에 데거나 찬물에 놀라 샤워실을 뛰쳐나온다. 프리드먼은 이런 사람을 바보에 비유했다. 그는 경제가 스스로 안정을 찾아가는 자정기능을 가지고 있어 정부의 시장개입은 자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의 적극적 경기조절 정책은 예상치 못한 부작용 및 정책의 효과 지연 등으로 경기 불안을 오히려 가중시킬 수 있다고 보았다. ▼정부가 최근 국가통합인증마크(KC)가 없는 해외 제품 80개 품목의 직접구매(직구)를 금지하기로 했다가 사흘 만에 철회한 것이 딱 ‘샤워실의 바보’를 연상케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실과 괴리된 정책을 불쑥 내놨다가 역풍을 맞아 황급히 거둬들이는 헛발질이 되풀이되고 있어서다. 해외 직구 금지 사태와 관련해 대통령실은 결국 국민에게 사과했다. 정부는 3월 초부터 ‘해외 직구 종합대책 태스크포스’를 만들어 20여차례 회의를 열면서도 소비자 의견수렴 절차는 건너뛰었다고 한다. ▼또 사달이 났다. 국토교통부와 경찰청은 지난 20일 ‘교통사고 사망자 감소 대책’에서 고령자 운전능력 평가를 통한 조건부 면허제 도입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곧바로 고령 이동권을 과도하게 침해한다는 반발이 커지자 자료에서 ‘고령’을 ‘고위험’으로 수정하고 “특정 연령을 대상으로 한 건 아니다”라며 수습에 나섰다. 정책 추진 과정에서의 현장의 목소리 반영과 진지한 토론은 필수다. ▼오늘 따라 일반 시민들이 정책 과정에 참여해 심의하는 ‘정책토론의 날(Deliberation day)’을 국가공휴일로 제정하자는 미국 스탠퍼드대 제임스 피슈킨 교수와 예일대 브루스 애커먼 교수의 제안이 새삼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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