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팬덤(Fandom)’은 특정 문화나 예술 또는 정치인 등에 대한 열정을 공유하는 사람들의 커뮤니티다. 이러한 공동체는 소속감을 강화하고, 창의적 표현을 끌어내면서 정보 교류와 교육적 혜택을 제공하는 등 팬들이 긍정적인 경험을 갖게 한다. 하지만 심각한 부정적 영향을 초래하기 쉽다. ▼문화예술 분야에서의 팬덤 문화는 때때로 시장을 왜곡시킬 수 있다. 음악 차트에서 특정 아티스트가 상위에 오르도록 스트리밍 수를 조작하거나 음원을 사재기하는 등의 행위는 공정성이 담보돼야 할 정당한 순위를 뒤바뀌게 한다. 최근 국내 한 유명 가수의 차량 사고 및 운전자 바꿔치기 사실과 음주운전 상황 속에도 오히려 “살다 보면 그럴 수도 있지”라는 식으로 옹호하는 글을 온라인 팬카페에 올린 팬이 있었다는 점은 사회적 정의를 외면한 그릇된 팬덤 문화의 한 단면이라서 더 씁쓸하다. ▼정치 분야에서는 종종 극단적인 충성으로 인해 대화와 토론의 장을 단절시키는 부작용을 낳는다. 특정 정치인의 열렬한 지지자들은 반대 의견을 가진 이들을 매우 공격적으로 배척하는 경우가 많다. 세계 최고 수준의 인터넷 강국인 우리나라는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를 활용해 속칭 ‘융단폭격’을 가하면서 소신 있는 정치 활동을 하기 어려운 환경으로 내몰기도 한다. 이는 ‘시키지도 않은 행위’임에도 자신이 지지하는 정치인에게 비난을 향하게 하면서 오히려 부담으로 작용한다. ▼팬덤의 폐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의견을 포용하고 존중하는 문화를 장려하는 노력이 우선돼야 한다. 그래야만 유사한 의견만을 강화하는 ‘메아리 방(에코 체임버·Echo Chamber)’ 현상을 이겨낼 수 있다. 또 온라인 플랫폼에서 괴롭힘과 따돌림을 규제하는 제도를 강력히 시행함으로써 건강한 팬 문화를 조성해야 한다. 여기에 팬들이 자신들의 행동이 미치는 영향을 인식할 수 있도록 교육하는 것 또한 병행해야 한다. 이러한 노력은 우리나라를 진정한 선진국으로 이끄는 지름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