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 논문 심사 거마비 요구, 대학에 경쟁력 생기겠나

강릉원주대 일부 교수, 학생들에 교통비 요구
대학 측, 징계 종류 포함되지 않는 주의 조치만
비리 방지 구체적 계획과 실행력 제시해야

국립대인 강릉원주대 일부 교수들이 청탁금지법(김영란법)에도 불구하고 박사과정 학생들에게 논문 심사료와는 별개의 교통비(일명 거마비)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일부 교수들의 행태라고 하지만 진리의 상아탑인 대학에서 발생해서는 안 되는 일이다. 지난 16일 본보 취재 결과 강릉원주대 A학과 교수들은 2023년 8월까지 박사학위 논문을 심사하며 논문심사료 60만원 외에 대학원생들로부터 교통비 명목의 거마비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교수들은 학생들에게 논문 심사위원 1명당 20만~30만여원씩의 거마비를 요구했으며 학생들은 5명씩 배정되는 심사위원의 거마비로 100만여원이 넘는 별도의 비용을 마련해야 했다.

문제는 이러한 비리로 외국인 유학생까지 피해를 보고 있다는 데 있다. 이는 학문의 공정성을 훼손시키는 심각한 일이다. 이번 사안은 대학과 학생들 간에 벌어진 문제로 다루기 앞서 대학의 신뢰 상실에 관한 관점으로 접근해야 한다. 보다 철저한 조사로 관련자들을 엄중 문책하고 난 다음 이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을 마련하는 것이 일 처리의 순서다. 관련자 문책을 우선하라는 것은 이 사안을 둘러싼 대학 관계자들의 태도가 최근 대학 사회의 병폐를 고루 나타낸 케이스로 보이기 때문이다. 일이 터지면 근본적인 해결책을 강구하기보다는 어떻게든 당장만 대충 넘기고 보자는 식의 무책임한 자세와 그에 따라 당연히 뒤따르게 돼 있는 형식적인 조치가 이번에 여지없이 드러났다.

대학 측은 거마비를 받은 교수 4명을 비롯한 해당 학과 교수 5명에게 국가공무원법상 징계 종류에 포함되지 않는 ‘주의’ 조치만 취했다. 이 때문에 거마비를 받은 B교수는 대학 내 주요 보직을 맡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서는 대학의 신뢰를 확보할 수 없으며, 대학 정책이 불과 몇 년 앞을 내다보고 세워지기도 어렵고, 지역사회와의 간격을 더욱 벌려 놓은 결과를 빚을 뿐이다. 학문의 성과를 위해서는 부당한 이익을 얻는 것이 용납되지 않는다. 교수들이 공식적으로 지급받는 비용이 부족하다고 느낀다면 대학 측은 당연히 그에 맞게 적절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교수들의 잘못된 관행을 개선하는 것뿐만 아니라 이와 같은 비리가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한 감시와 교육이 이뤄져야 마땅하다.

강릉원주대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대학이 취해야 할 조치와 대책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과 실행력을 제시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대학 관리 부실을 드러내며 학생들과 교수들 간의 신뢰를 잃게 만든다. 따라서 진정한 학문의 정도와 윤리적 가치를 추구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거마비와 같은 부정한 관행을 근절하고, 학문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한다. 또한 이번 사건을 통해 학생들에게는 건전한 학습환경이 보장돼야 하고, 교수들은 양심적이며 책임 있는 연구 문화 조성을 위해 앞장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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