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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중언]‘춘분(春分)’

오늘(20일)은 춘분이다. 고대 페르시아인의 종교인 조로아스터교에서는 춘분을 한 해의 시작으로 생각한다. 낮과 밤의 길이가 같아지는 춘분을 기점으로 세상은 빛과 밝음으로 나아간다고 믿은 것이다. 페르시아의 후예인 이란인을 비롯, 쿠르드인과 서남아시아인들은 지금도 춘분을 새날이란 뜻의 노로즈라고 부르며 연중 가장 큰 명절로 여긴다. 고대 독일과 북유럽에서도 이 날을 한 해의 시작으로 기렸다. 이들은 특히 삶은 계란을 먹으며 새 출발을 자축했다. ▼서양 점성술 역시 춘분을 한 해의 기준으로 삼는다. 이날 이후 1년을 12개의 별자리로 나눠 별의 움직임을 관찰해 인간의 운명을 예언한다. 중국 명청(明淸) 시대에는 춘분날 황제가 직접 문무백관들을 거느리고 베이징 외곽 르탄(日壇)이라는 곳에서 태양신에 제사를 지냈다. 중국의 설문에서는 “용은 춘분에 하늘로 올라갔다가 추분에 내려와 연못에 잠긴다”고 했다. ▼봄은 절기상 입춘부터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춘분부터다. 24절기의 네 번째인 춘분은 경칩과 청명의 중간이다. 농가에서는 춘분 전후에 봄보리를 갈고 담도 고치고 들나물을 캐어 먹는다. 이 무렵 제비가 날아오고 우렛소리가 들리며 그해 처음으로 번개가 친다고 했다. 춘분에 비가 오면 병자가 드물다고 하고, 어두워서 해가 보이지 않는 게 좋다고 한다. 비록 눈이 내리고 기온은 영하라고 해도 ‘춘풍태탕(봄바람이 온화하게 분다)’이라는 말처럼 이제 계절은 만물을 깨어나게 하고 새싹을 밀어 올리는 때다. ▼봄은 바람을 타고 우리에게 온다. 봄바람에 흔들리는 건 꽃, 나무만이 아니다. 올봄 선거를 앞두고 희망을 잉태하고 싶은 민심도 마찬가지다. 제22대 국회의원 선거가 다가오고 있다. ‘온 겨우내 검은 침묵으로/ 추위를 견디었던 나무엔 가지마다/ 초록의 눈을/ 그리고 땅속의/ 벌레들마저 눈뜨게 하옵소서...’(박희진 시인, 새봄의 기도). 이제는 고통의 시간이 물러가고 모두가 밝은 미래를 꿈꿀 수 있어야 한다. 부디 새로운 시작이 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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