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일반

삼성家 3세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 승진…"강력한 리더십 더욱 필요"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1995년 입사 28년 만에 회장에 올라…18년 만에 승진
'정용진의 신세계'로 개편 속도…그룹 장악력 강화될 듯
모친 이명희 회장, 그룹 총괄회장으로 총수 지위는 유지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지난 23일 서울 중구 소재 '신세계 남산'에서 열린 신입사원 그룹 입문 교육 수료식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2024.2.26 [신세계그룹 제공]

정용진(56) 신세계그룹 총괄부회장이 8일 회장으로 승진했다. 회장에 오른 건 1995년 말 입사 이후 28년 만으로 2006년 부회장에 오르고서 18년 만의 회장 승진이다.

정 회장의 모친 이명희(81) 회장은 고(故) 이병철 삼성 회장의 막내딸이자 고 이건희 회장의 동생으로 그동안 그룹 총괄회장으로서 정 회장의 뒤에서 지원하지만, 신세계그룹 총수(동일인) 지위는 유지한다.

신세계그룹은 이번 인사에 대해 정용진 회장을 중심으로 빠르게 변화하는 환경을 '정면 돌파'하기 위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신세계그룹은 "날로 경쟁이 치열해지는 유통 시장은 과거보다 훨씬 다양한 위기 요인이 쏟아지고 있어 그만큼 '강력한 리더십'이 더욱 필요해졌다"며 "정 회장 승진을 통해 시장 변화를 선도할 수 있는 역량을 강화해나가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녹록지 않은 시장 환경 속에서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룰 혁신 시스템을 구축함으로써 최고의 고객 만족을 선사하는 '1등 기업'으로 다시 한번 퀀텀 점프하기 위해 이번 인사를 단행했다"고 덧붙였다.

아울 "신세계는 국내 유통산업의 변화와 혁신을 주도하며 고객에게 새로운 가치를 끊임없이 연구하고 제공해 왔다"며 "정 회장 승진으로 치열하게 변화하는 혁신기업으로 성장을 이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정용진 부회장이 신입사원들과 셀카 찍는 모습[신세계그룹 제공]

삼성가(家) 3세 정 회장은 이명희 총괄회장이 전문경영인 체제를 유지하면서 일선에서 물러나 있어 일찌감치 후계자 길을 걸어왔다.

이 총괄회장은 주부로 정 회장 남매를 키우다가 40대에 여성 경영자로 나서 신세계그룹을 키웠다.

정 회장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동갑내기 사촌지간으로 경복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서울대 서양사학과 재학 중에 미국으로 건너가 브라운대에서 경제학을 전공했다.

1995년 27세의 나이에 신세계 전략기획실 전략팀 대우이사로 입사해 1997년 기획조정실 상무, 2000년 경영지원실 부사장, 2006년 부회장이 됐다.

신세계그룹은 2015년 12월 정유경 신세계백화점 부사장을 백화점 총괄사장으로 승진시키면서 '남매 경영 시대'를 본격화했다.

정 부회장은 이마트·식품·호텔 부문을, 동생 정유경 총괄사장은 백화점과 면세점, 패션 부문을 각각 맡아 경영해왔다. 정 총괄사장은 이번 인사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신세계그룹 지분구조를 보면 정용진 회장과 정유경 총괄사장이 각각 이마트와 신세계 지분 18.56%를 보유하고, 이명희 회장이 이마트와 신세계 지분을 10.00%씩 보유하고 있다.

한편, 신세계그룹이 정 부회장을 회장을 승진시키는 인사를 전격적으로 단행한 것은 기존 유통시장 체제를 뒤흔들 정도로 급성장한 쿠팡과 지난해부터 거세게 시장을 파고들고 있는 알리익스프레스와 같은 중국계 이커머스의 공세 속에 낀 이마트는 그 어느 때보다 변화가 필요한 상황이다.

이는 지난해 실적이 대변한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서울 서초구 aT센터에서 열린 2023 이마트24 상품전시회 딜리셔스 페스티벌에서 전시장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코로나 팬데믹 사태로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이 맥을 못 추는 사이 쿠팡 등 이커머스가 빠르게 신장하면서 토종 유통 공룡 대기업들을 위협하고 있다.

이마트는 지난해 29조4천억원대의 역대 최대 매출을 거뒀으나 신세계건설이 부동산 경기 침체 등으로 1천878억원의 영업손실을 냈고 전자상거래 계열사인 SSG닷컴과 G마켓도 적자의 늪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등 유통과 비유통이 모두 부진했다.

이마트의 별도 기준 영업이익도 1천880억원으로 전년 대비 27.3% 줄어들었다.

쿠팡의 지난해 매출은 31조8천억원으로 이마트를 처음 추월했다. 그러나 신세계백화점과 이마트의 합산 매출 규모인 35조8천억원을 넘지는 못했다

신세계그룹은 현재 환경이 기존과는 완전히 다른 차원의 혁신이 필요한 시점임을 인식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런 위기를 타개하고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하려면 그룹의 중심을 잡아줄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해 정 부회장에게 책무를 맡겼다고 신세계그룹 측은 설명했다.

정 회장이 그룹 경영의 전면에 나설 것이라는 점은 이미 지난해 감지됐다.

정 회장은 지난해 9월 사장단 인사에 이어 경영전략실을 기능 중심의 콘트롤타워로 개편하고 대대적 혁신을 주문했다.

경영전략실은 정 회장의 경영 활동을 보좌하는 참모 조직으로 사실상 그룹의 '콘트롤타워' 역할을 한다.

대표이사의 40%를 물갈이한 임원 인사가 실적 악화에 따른 분위기 쇄신 성격이 강했다면 경영전략실 인사는 미래 성장 전략의 방향성을 가늠해보는 메시지가 내포돼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 승진[신세계제공]

업계 안팎에서는 정 회장이 경영전략실 인사를 직접 관장하며 강력한 친정 체제를 구축, 그룹의 경영권을 한층 강화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정 회장은 인사 후 첫 회의에서 "조직, 시스템, 업무처리 방식까지 다 바꿔라"라고 주문하며 강도 높은 쇄신을 예고했다.

그룹 측은 "정 회장 승진의 의미는 결코 가볍지 않다"며 "과거 '1등 유통기업' 자리에 머물지 않고 한 단계 더 도약할 갈림길에 서 있는 신세계그룹이 정 회장에게 부여한 역할은 막중하다"고 설명했다.

정 회장에게는 그룹을 다시 성장궤도에 올려놓아야 하는 막중한 책무가 놓여 있다.

이마트의 본업 경쟁력을 되찾는 등 기존 주력 사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미래 성장 동력이 될 신사업을 끊임없이 발굴해야 하는 과제를 떠안게 됐다.

업계에서는 정 회장의 승진으로 '정용진 체제'로의 개편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정 회장의 모친인 이명희 회장을 그룹 총괄회장으로 위치 이동시키면서 백화점 사업을 진두지휘하는 정유경 총괄사장 지위에는 변동이 없다는 점도 눈여겨봐야 할 대목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명희 총괄회장의 지원 아래 정 신임 회장의 그룹 장악력이 한층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 회장이 2006년 그룹 총괄 부회장으로 승격된 이래 이미 모친을 대신해 그룹의 얼굴로 경영 보폭을 넓혀온 만큼 그에 걸맞은 직위를 부여했다는 것이다.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강원의 역사展

이코노미 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