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반

“이주여성이 온전한 한 사람으로 인정 받는 그날까지”

3·8 국제 여성의 날 특집 인터뷰 (상) 탁운순 강원이주여성상담소장

오는 3월8일은 국제 여성의 날이다. 이 날은 1908년 열악한 근로여건 개선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인 것에서 시작됐다. 우리나라에서는 2018년 법정기념일로 공식 지정됐다. 국제여성의날을 맞아 여성 인권의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앞장서고 있는 이들의 목소리를 두차례에 걸쳐 들어본다.

탁운순 강원이주여성상담소장

지난 2021년 4월 설립된 강원이주여성상담소(이하 상담소). 탁운순 초대 소장은 4년째 이곳에서 폭력 등 위기 상황에 노출된 도내 이주여성을 지원하고 있다. 지난해 상담소에 접수된 상담건수는 무려 6,647건. 설립 당시인 2021년(2,903건)에 비해 두 배의 상담자가 상담소를 찾았다.

“상담소의 존재를 몰라서 피해가 있어도 참고 견디던 여성들이 상담소를 알게 되면서 상담 건수가 급격히 늘어났어요. 강원특별자치도는 제주에 이어 두 번째로 이주여성이 적지만, 상담 건수는 전국 10개 상담소 중 서울‧남서울 상담소 다음으로 많아요. 일상의 어려움을 해소하고자 하는 이주여성들의 욕구가 그만큼 커진게 아닐까 싶어요.”

상담소를 찾는 이주여성 10명 중 4명은 배우자의 폭력으로 인한 피해를 호소한다. 결혼이주여성이 국내에 유입된지 20여년이 지났지만, 이주여성을 향한 폭력과 차별은 사라지지 않는다.

“이주여성을 향한 차별과 무시의 시선은 그들을 신체적, 정신적 폭력에 노출시켜요. 피해여성을 상담하고, 폭력을 바로 중단시키는 것이 상담소의 업무인 만큼 폭력 피해가 발생하면 즉각적으로 상담과 의료‧법률 구조를 지원해요. 하지만 궁극적인 목표는 그들이 이 사회에서 보통 시민으로 존재할 수 있도록 하는 거죠.”

◇탁운순 소장과 강원이주여성상담소 직원들.

국제결혼에 필요한 F6(국민배우자) 비자를 발급받는 순간부터 이주여성은 남편에 종속된다. 이혼과 동시에 강제출국 위기에 놓이는 이들에게 폭력에서 벗어날 선택지는 한정적이다.

“F6 비자를 가진 이주여성은 배우자의 유책을 증명하지 못하면 이혼 후 본국으로 돌아가야 해요. 내국인에 비해 유책 입증이 쉽지 않은 이주여성들은 폭력을 견디거나 이혼 후 미등록자로 국내에 남기도 해요. F6 비자는 이주여성을 배우자에게 종속시키는 매우 차별적 제도예요.”

◇지난해 12월 열린 강원이주여성상담소의 ‘치유회복프로그램 전시회’. 사진=강원일보DB

여전히 멀고 먼 이상향. 그럼에도 상담소는 이주여성들의 더 나은 내일을 위한 발걸음을 서두른다.

“불과 10여년 전 만해도 이주여성은 반드시 남편과 동행해야 체류 연장이 승인됐어요. 변화는 더디지만 우리는 분명 나아가고 있어요. 이주여성들이 동등한 사회구성원으로 온전히 인정받는 날까지 상담소는 이주여성과 함께 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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