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일반

"암 환자는 암을 키우라는 거냐…폐암 수술 전 검사도 못 받게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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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의 근무 중단 의료현장 수술·입원 연기 등 환자 불편 이어져

◇20일 오전 강원대학교병원 안과 외래진료실에 부착된 '전공의 파업'으로 인한 진료 지연 안내문. 사진=조성호기자

속보=전공의들이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에 반발해 병원을 떠난 20일 춘천 강원대학교병원을 방문한 환자들은 사태가 장기화 될 경우, 진료에 차질을 빚지 않을까 우려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이날 안과 외래진료를 받으러 온 A(81)씨는 "파업으로 인해 평소보다 특별히 진료가 늦춰진 것 같진 않다"라면서도 "정부가 의대 인원을 늘린다고 해서 의사들이 파업을 한다는 데 환자를 볼모로 잡는 것은 잘못 아니냐"라고 비판했다.

함께 내원한 B(80)씨는 "우리 입장에서는 (전공의 파업이)이기적인 행동이지만 의사들도 나름의 생각이 있을 것 아니겠냐"라면서 "그분들의 입장도 존중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라는 견해를 밝혔다.

흉부외과 진료실 앞에서 만난 C(55)씨는 "파업 때문에 불편한 건 없었다"면서 "근데 파업이 길어지면 아플 때 진료를 못 받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처방전을 받아 약국으로 향하던 D(82)씨는 "의사들 밥그릇 싸움이 너무 하지 않냐. 농촌에는 의사들이 없어서 큰일이다"라면서 "시내로 나와서도 진료를 못 받으면 우리 같은 사람은 어디서 치료 받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공의 파업' 첫 날인 20일 오전 강원대학교병원을 찾아 진료 순서를 기다리는 시민들.

그는 "예전에도 정부에서 의사 수를 늘리려고 했는데 못했다. 이번엔 아예 법으로 확실히 명기해야 한다"라면서 "지방에서 의대 나온 학생들은 5년 내지 10년은 지역에서 의무로 근무해야 한다는 내용도 (법안에)넣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전공의가 근무를 중단하는 사례가 속출하면서 의료현장 곳곳에서 수술과 입원이 연기되고, 퇴원은 앞당겨지는 등 환자 불편이 이어지고 있다.

강남세브란스병원의 경우 이날 응급·중증 수술을 중심으로 진행했으며 당장 21일부터는 수술 일정을 '절반'으로 줄일 예정이다.

병원들은 일단은 전공의들의 빈 자리에 대체인력을 투입하면서 대응할 예정이지만,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한계에 다다를 수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

복지부가 '의사 집단행동 피해신고·지원센터'를 통해 환자 불편 사례를 접수한 결과 전날 오후 6시까지 총 34건이 접수됐다. 수술 취소 25건, 진료 예약 취소 4건, 진료 거절 3건, 입원 지연 2건 등이다.

◇20일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에서 환자가 이송되고 있다.정부의 의과대학 입학 정원 확대에 반발하는 전공의들이 병원을 떠나면서 '전공의 없는' 병원이 현실화했다. 사진=연합뉴스

복지부에 따르면 신고 사례 중에는 1년 전부터 예약된 자녀의 수술을 위해 보호자가 회사도 휴직했으나 입원이 지연된 안타까운 경우도 있었다.

강남세브란스병원에서 오는 26일 수술 예정이었다는 한 갑상선암 환자는 수술이 취소됐다는 소식에 "암 수술 전부터 취소라니, 암 환자는 암을 키우라는 거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지방에 거주하는 한 보호자는 어머니가 최근 폐암 진단을 받아 서울시내 '빅5' 병원에서 수술 일정을 잡기 위한 검사를 앞두고 있었는데, 당장 검사도 못 받게 생겼다면서 무기한 연기되는 게 아니냐고 울분을 토했다.

춘천 지역 맘카페에는 "강원지역 병원 파업으로 서울 병원까지 온 사람으로서 화가 난다. 본의 아니게 아픈 게 문제다", "전공의들 없이 교수님들로만 병원이 돌아가는 탓에 응급수술을 받아주지 않았다" 등의 글이 잇따라 올라왔다.

한편, 전공의들의 집단 사직으로 '의료대란'이 현실로 다가오자 정부는 다시 한 번 엄정 대응을 강조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를 통해 의대 증원 정책의 당위성을 설명하면서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볼모로 집단행동을 해선 안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보건복지부는 의료현장을 이탈한 전공의들을 대상으로 업무개시명령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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