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싸도 너무 비싸네요"
추석을 닷새 앞둔 24일 춘천시 사농동의 A마트. 홍로 사과 12개가 들어 있는 1상자 가격이 8만 9,900원에 판매 중이었다. 선물용 구매를 위해 나온 함 모(70)씨는 "지난해보다 2배 오른 거 같다"며 "매년 드리는 선물을 안 드릴 수 없고 고민된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인근 마트에서는 제수용 사과 1개 가격이 7,000원에 판매되고 있었다. 올해 작황 부진으로 과일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서민들의 명절 나기가 한층 더 버거워졌다.

24일 춘천농수산물도매시장에는 명절 양대 성수품인 '사과·배' 중 배 선물 상자만 수 백개 쌓여 있었다.
사과는 일부 보일 뿐이었다. 상인들은 "사과 1상자 가격이 지난해 4만~5만원이었지만, 올해는 7만~8만원까지 올라 나가지 않는다"며 "대신 배 주문이 급증하면서 1상자 도매 가격이 지난주까지 3만 5,000원었지만, 이번주는 4만원까지 올랐다"고 말했다. 과일 가격이 오르면서 시장을 찾는 소비자들의 발길도 예년만 못한 분위기다.
급등한 과일 가격은 차례상도 바꿔 놓고 있다.
20년째 제사상 주문을 받고 있는 이 모(67·강릉시 옥천동)씨는 "올해는 수박 대신 메론을 올려 놓는 가정들이 많다"고 말했다. 수박 1통 가격이 4만원에 육박하면서 소비자들이 대체 품목으로 1만원대인 품목을 찾는 것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봄철 저온 피해와 여름철 호우 등의 영향으로 과일 생산량이 감소해 가격이 상승했다"며 "올해 사과 생산량은 작년과 비교해 21% 감소하고, 배 생산량은 20% 줄어들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