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반

“유토피아적 모더니티를 향한 열망과 실패”…이불 개인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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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14일까지, 서울 BB&M 갤러리

◇작품 ‘Willing To Be Vulnerable - Metalized Balloon V6’ 와 전시장 전경. 사진=BB&M 갤러리

세계적인 설치미술가인 영월 출신 이불 작가의 개인전이 서울 BB&M 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다.

오는 10월14일까지 이어지는 이번 전시에서는 작가가 지난 20여년간 천착한 인류의 유토피아적 모더니티를 향한 열망과 실패 그리고 예술과 건축의 역사적 아방가르드 유산에 대한 탐구를 확장시킨 신작 회화와 조각적 설치를 선보인다. 오래전부터 작가가 끊임없이 제기하고 있는 이상향에 대한 의구심과 초현실주의(surrealism)와 해체주의(de-constructivism)에 이르는 예술과 건축의 아방가르드적 흐름을 이불식 해석으로 작품에 녹여냈다.

이번 전시의 대표 이미지라고 할 수 있는 은빛 비행선(Metalized Balloon V6)은 영국 런던의 헤이워드 갤러리와 독일 베를린의 마틴 그로피우스 바우 미술관 에서 열린 작가의 대규모 개인전에서 전시된 작품의 연작이다. 작품의 타이틀은 “취약해질 준비가 된(Willing To Be Vulnerabl)” 정도로 풀이할 수 있다.

이 작품은 포스트모더니즘 이론의 철학자 장 프랑수아 리오타르의 이론에 대한 작가적인 해석을 담고 있다고 한다.

작품의 공기역학적 형태와 반짝이는 표면은 기술주의의 합리성이 가져다주는 가능성과 진보주의적 프로젝트의 신념을 표현하지만, 동시에 인간이 만들어낸 모든 것들에 필연적으로 내포된 오류와 그 역사적 트라우마의 긴 그림자를 동시에 지니고 있다고 갤러리는 소개하고 있다. 작품의 제목에서 취약성을 언급하는 것은 외형적으로는 완전무결해 보이지만 한계와 실수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한다는 것이고, 이는 성장과 변화의 여지를 품고 있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 전시장에 걸려 있는 이불 작가의 회화 연작 ‘Perdu’ . 사진=BB&M 갤러리

아크릴 물감과 자개가 결합된 회화 작품도 반복적으로 중첩되고 연마되면서 생동감 있는 화면을 만들어내는데 이는 자연과 인공 그리고 전통과 현대를 바라보는 작가의 관점과 태도를 반영한 것이다. 작품의 제목은 잃어버린, 사라진이라는 뜻을 지난 프랑스어 ‘뻬흐듀(Perdu)’이다. 이 단어는 군사적 용어로도 활용돼 냉전 시대의 마지막 경계선에 있는 한국의 사회·정치적 상황을 은유적으로 묘사하고 있다고 한다.

갤러리 관계자는 “이번 전시는 소위, 역사의 종말 이후에도 여전히 끝나지 않은 대단원의 시대인 현재를 통찰력 있는 관점과 시적인 언어로 포착해낸다”며 “이불의 작품은 유토피아에 관한 어떤 환상도 사라진지 오래인 오늘날, 우리의 미약함을 기꺼이 드러낼 수 있다면 아름다움을 통한 위안은 여전히 남아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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