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관령의 한여름밤을 아름답게 수놓을 클래식 향연이 막을 올렸다.
제20회 평창대관령음악제 오프닝 콘서트가 26일 오후 평창 알펜시아 뮤직텐트에서 펼쳐졌다.
이날 공연은 최수열 지휘자와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가 페르 귄트 모음곡으로 문을 열었다. 노르웨이 출신의 에드바르드 그리그가 만든 ‘페르귄트 모음곡’은 북유럽의 정취가 물씬 배어 있는 작품이다. ‘페르 귄트’라는 동명의 전설적인 인물을 주인공으로 한 5막의 시극을 위해 만들어졌다. 서로 다른 색깔의 분위기가 이내 한 인간의 오랜 여정으로 녹아드는 것이 특징이다. 이들은 1곡 ‘아침의 기분’과 4곡 ‘산속 마왕의 궁전에서’를 연주하며, 아름다우면서도 차가운 바람을 연상시키는 쓸쓸함 사이를 오갔다. 관객들은 고요한 새벽빛이 떠오르는 1곡을 통해 상쾌하고도 찬란한 선율을 음미하는가 하면 마왕의 딸과 사랑에 빠진 4곡의 줄거리를 따라 으스스한 분위기에 압도되기도 했다. 서사를 지닌 음악의 에너지가 얼마나 강한지 느낄 수 있는 순간이었다.
곧이어 올해 새롭게 부임한 예술감독이자 첼리스트 양성원도 무대에 올라 뜨거운 환호를 받았다. 그는 베토벤의 ‘피아노, 바이올린, 첼로를 위한 삼중 협주곡 C장조, 작품번호 56’번을 차세대 바이올리니스트 양인모, 피아니스트 윤홍천과 협연했다. 세 사람은 최수열 지휘자와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의 하모니를 기반으로 트리오 연주의 절정을 선보이며, 명품 클래식의 진가를 드러냈다.
마지막으로 최수열 지휘자와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는 대관령 산맥의 전율을 느낄 수 있는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알프스 교향곡’을 꺼내들었다. 새벽부터 해가 질 때까지 흘러가듯 변화하는 산의 모습이 특별한 선물처럼 다가와 귓가를 간지럽혔다. 관객들은 환상 속을 유영하는 듯한 멜로디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며 이어질 축제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강원자치도가 주최하고 강원문화재단이 주관하는 축제는 다음 달 5일까지 이어진다. ‘자연(Nature)’을 주제로 이에 영감을 받은 다채로운 레퍼토리를 선보일 예정이다.
김별아 강원문화재단 이사장은 “20년 동안 안정과 성장이라는 가치를 이뤄낸 축제가 오늘 새로운 20년을 위해 도약했다”며 “많은 도민이 앞으로 펼쳐질 메인콘서트와 다채로운 부대행사에서 클래식의 기쁨을 누리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앞서 마련된 리셉션 행사에는 김진태 강원특별자치도지사를 비롯해 심재국 평창군수, 황성현 평창부군수, 신현상 강원문화재단 대표이사, 윤승기 강원자치도 문화체육국장, 김희철 전 벽산그룹 회장, 최인숙 강원디자인진흥원장, 김일곤 (재)대원문화재단 회장 등이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