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박종홍칼럼]강원특별자치도 미래, 지자체·지방의회에 달렸다

강원도 628년 6월11일 역사속으로 사라져
행정 마인드로는 온전한 자치 어려워
어떻게 구현해 나갈 지 깊은 성찰 있어야

6월11일 강원도가 역사속으로 사라진다. 그리고 강원특별자치도로 새롭게 태어난다. 1395년(태조 4년)에 강릉에서 ‘강’자와 원주에서 ‘원’자를 따서 강원도(江原道)라고 한지 628년만이다. 강원특별자치도는 국회를 통과한 특별법에 따라 고도의 자치권을 부여받는다. 강원도 시대에 지역발전의 족쇄였던 환경, 산림, 국방, 농업 분야의 규제를 풀어갈 수 있는 권한을 정부로부터 이양받아 특별자치도 시대를 연다. 대한민국, 동부아시아의 중심지로 나아가는 포부를 펼칠 수 있는 든든한 토대를 도민들이 똘똘 뭉쳐 극적으로 마련한 만큼 그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모두가 잘살 수 있다는 희망을 품게 됐다. 경기 침체와 지역 소멸 위기를 벗어난 행복한 강원도를 꿈꾼다. 이 때문에 온통 축제 분위기다. 마치 모든 것을 다 얻어낸 듯한 분위기다. 하지만 여전히 미흡하다. 또 특별자치도가 됐다고 반드시 밝은 미래가 약속된 것도 아니다. 우리는 이제 출발선에 들어섰을 뿐이다.

실제 우리보다 먼저 특별자치도의 길을 걸어온 제주특별자치도를 보면 경계해야 할 부분이 적지 않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자체의 재정 능력이다. 2006년 7월1일 제주특별자치도로 출범한 이후 17년 동안 6차례에 걸쳐 행재정적으로 4,660건의 특례가 이양됐다. 하지만 산업연구원이 최근 발간한 ‘지방 재정력 추이와 영향 요인에 대한 고찰’ 보고서에 따르면 특별자치도 출범 이전인 2003년 재정자립도가 37.4%에서 지난해 연말 기준 37.1%로 낮아졌고, 재정자주도의 경우 지난해 말 70.5%로 2003년 80.5%에 비해 무려 10%포인트가 급감해 특별자치도 출범 이후 재정 사정이 오히려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 제주도 시절보다 특별자치도로 출범한 이후 재정 능력이 더 약화됐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앞으로 강원특별자치도를 우리가 어떻게 만들어 가느냐가 더욱 중요해졌다.

베트남 정부는 2018년부터 2022년까지 호치민시 특별법을 제정해 시행했다. 이 법은 호치민시의 자치권을 확대하는 것으로 지방세 및 수수료 징수, 공무원 임용 및 임금 결정, 토지용도 변경, 공공자산 매각 등의 재정권 등에 있어 호치민시에 광범위한 재량권을 부여해 시의 발전을 가속화하도록 하는데 목적을 뒀다. 베트남 정부는 호치민시 특별법이 시의 자치권을 확대해 경제에 긍정적 영향을 준 것으로 평가했다. 호치민시의GRDP(지역내총생산)성장률은 2016~2019년 기간 연간 7.72%로 특별법 이전 5년의 7.22%보다 높았다. 이제 열흘후면 강원도 역시 특별자치도법을 통해 엄청난 기회를 맞는다. 지금부터는 정책 개발 능력을 키워 지역을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특히 특별자치도의 방향성을 결정할 지방정부와 지방의회의 역할과 책임은 더욱 막중해졌다. 지역의 미래를 바꾸어줄 자치권을 그저 예산 놀음이나 행정이나 바뀌는 수준에서 그야말로 행정적 마인드로 처리한다면 큰 오산이다. 단체장이나 지방의회 권한 확대에 함몰돼서도 곤란하다.

진정한 자치와 지역의 백년대계를 위해 무엇을 챙겨야 할지 지방정부와 지방의회의 깊은 성찰이 필요하다. 특별자치도가 되면 좋다는데 도대체 무엇이 나아지는 것인지, 바뀐 자치권의 범위와 그 권한은 무엇인지에 대해 알고 있는 지역 주민들은 그리 많지 않다. 다만 과거와는 다른 강원특별자치도판 엘도라도(황금향)를 기대하고 있다. 따라서 누구를 위한 특별자치도인지, 어떻게 구현해 나갈 것인지를 수행하기 위한 끊임없는 고민이 필요하다. 그래야 도민의 품으로 돌아온 ‘자치’의 꿈을 온전히 펼칠 수 있다. 이는 온전히 지방정부와 지방의회의 몫이다. 강원특별자치도 시대가 열리면 현직 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들은 취임 1년을 앞두고 특별자치도 시대를 출범시킨 주인공으로 역사에 기록된다. 그러나 제대로 준비하지 못한다면 영광이 아닌 오점이 될 수도 있다. 유권자의 선택을 받은 자치단체장은 능력과 역량을 증명해야 하는 자리다. 강원특별자치도 시대를 바로 세우는 대업의 성과를 빠르게 보여준다면 더 많은 믿음과 신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백년, 천년을 내다보는 의제 속에 지역사회의 의견을 담아나간다면 진정한 지역 발전의 주인공으로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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