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일반

[르포]설립 10년, 네이버 춘천데이터센터 그 안을 봤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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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기업 최초 자체 데이터센터 '각 춘천'
국립중앙도서관 1만개 분량의 정보 보관 중
팔만대장경 보관 중인 해인사 장경각 본 따
강원도 바람 활용 친환경 쿨링 시스템 눈길
재난 대비…전기 공급 없이도 70시간 가동

◇춘천데이터센터 전경(사진=네이버)

네이버가 각 세종 가동을 앞두고 설립 10주년을 맞은 춘천데이터센터(이하 각 춘천)을 공개했다. 각(閣) 춘천은 팔만대장경을 보관한 합천 해인사의 '장경각' 정신을 계승, 사용자의 데이터를 보존한다는 사명 아래 세워졌다. 국내 최초의 인터넷 포털기업 자체 데이터센터라는 타이틀이 붙은 이곳은 네이버가 자신하는 재난 대응 시스템, 친환경 설비 등 첨단 기술이 집약된 곳으로 IT산업의 미래를 엿볼 수 있었다. 네이버는 각 춘천 운영 10년 노하우와 경험을 바탕으로 각 세종을 초거대 AI 하이퍼클로바의 근간으로 발전시킨다는 계획이다.

◇춘천 데이터센터 서버룸 내부(사진=네이버)

■강원도 찬 바람 활용한 친환경 서버룸=각 춘천의 핵심공간인 서버룸은 웹툰, 밴드, 페이 등 다양한 서비스에 필요한 IT기술을 지원하고 네이버의 미래 기술을 뒷받침하고 있는 전초기지다. 직접 들어선 '남관'의 내부는 생각보다 거대했다. 한 층당 층고만 6~8m에 달하는 거대한 규모. 아파트 3층 깊이를 내려가 다다른 공간에는 성인 키높이보다 높게 제작된 상아색의 렉이 보였다. 렉은 서버를 꽂은 뒤 전력을 공급해 작동할 수 있도록 하는 선반을 말한다. 각 춘천의 모든 렉은 네이버가 직접 제작하고 있다고 한다. 한정된 공간에서 최대한 많은 서버를 가동하기 위해서다. 공간 활용도를 높이려면 렉 자체에 공급하는 전력량을 늘리는 것이 핵심이라고. 네이버는 자체 기술력을 활용해 렉에 공급되는 전력량을 2배 이상 늘렸고, 타 센터대비 20% 이상 높게 서버를 꽂아 운영하고 있다.

서버룸 안쪽에선 서버실 쿨링을 위한 공조설비를 살펴볼 수 있었다. 각 춘천은 냉방기기 대신 춘천의 자연 바람을 활용해 서버실의 열기를 식히고 있다. 춘천의 기온이 수도권 대비 2~3도 가량 낮다는 점에서 착안한 시스템이다. 외벽을 통해 들어온 자연바람을 두 차례 이상 필터로 거른 뒤 수분을 머금은 판막(멤브레인)을 통과시켜 온도를 낮추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시원해진 외기는 서버실 위쪽 천장 공간을 통해 공급된다. 실제 서버룸에 손을 넣어보니 에어컨 못지 않게 찬 바람이 내려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네이버 관계자는 "이같은 시스템 덕분에 냉방 기계실을 돌리는 날이 1년 중 35일이 되지 않는다"며 "각 춘천이 세워진지 10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친환경 데이터센터 선진 사례로 관심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춘천데이터센터 무정전전원공급장치(Dynamic UPS)(사진=네이버)

■10년 간 무중단·무사고·무재해 기록 가능했던 이유=각 춘천은 건립 이후 10년째 무중단·무사고·무재해라는 놀라운 기록을 갖고 있다. 이를 가능케 한 것은 각 춘천의 시설물과 네이버 서비스를 24시간 모니터링하는 통제센터의 존재다. 각 춘천에는 설비이슈를 감지, 대응하는 '그린에너지통제센터'와 서비스 이슈를 탐지하는 'IT서비스통제센터'가 따로 운영되고 있다. 그린에너지통제센터에서는 센터 내 일어나는 상황을 모니터링 하고 대응하는 역할을, IT서비스통제센터에서는 네이버의 600여개 웹·모바일 서비스 장애를 감지하고 복구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네이버 관계자는 "네트워크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통신 사업자를 4곳, 공급 전력소를 2곳으로 분할해 운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통제센터와 함께 서버가 멈추는 것을 막는 또 다른 안전망은 '무정전전원공급장치(Dynamic UPS)다. 통제실을 거쳐 엘리베이터를 타고 도착한 UPS실은 유리벽으로 차단된 공간임에도 상당한 소음을 냈다. 안내를 맡은 네이버 관계자는 기계 장치를 회전시키는 방식으로 작동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UPS는 전력 중단 시에도 서버실에 끊임없이 전력을 공급하기 위한 장치다. 전력소에서 들어오는 모든 전력은 UPS를 통과해 서버실에 공급되는데, 이 과정에서 인덕션 커플링이라는 회전장치를 1,800rpm으로 고속 회전시킨다. 전기공급에 문제가 생길 경우 인덕션 커플링의 운동에너지가 전기 에너지로 전환, 7~10초 가량 서버룸에 전기를 공급하고 그 사이 디젤 엔진이 가동돼 비상전력을 공급하는 방식이다.

디젤 엔진은 센터 지하에 묻힌 경유탱크의 기름을 사용한다. 각 춘천에 보관 중인 비상 경유 양은 약 60만 리터로 70시간 가량 외부 전력 공급 없이 버틸 수 있는 양이다.

UPS가 작동하며 내는 소음은 지하철이 역에 진입할 때 나는 소음과 유사하다고 한다. 각 춘천이 춘천 시내와 떨어져있는 구봉산에 자리잡은 이유도 소음과 관련한 민원을 피하기 위해서였다. UPS가 위치한 본관을 센터 중심부에 뒀고, 서버룸이 있는 북관, 서관, 남관을 방음벽처럼 둘렀다.

이날 취재진이 궁금해한 것은 지난해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사고처럼 각 춘천에 화재가 났다면 빠른 복구가 가능했을지에 대한 것이었다. 노상민 네이버클라우드 데이터센터장은 "각 춘천은 서버룸이 있는 세 개의 관이 독립적으로 운영되고 있고 세 개 관 모두가 화재 피해로 가동을 멈출 가능성은 낮다"며 "복구 시간에 차이가 있을 뿐 전면 장애는 나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한편, 정수환 네이버클라우드 IT서비스본부장은 "네이버클라우드는 로봇, AI, 클라우드 등 첨단 기술에 대한 아낌없는 투자를 바탕으로 서비스 안정성을 이어갈 것"이라며 "향후 클라우드 산업의 근간인 미래형 데이터센터를 통해 글로벌에서도 경쟁력 있는 클라우드 비즈니스를 전개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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