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애인과 비장애인이라는 이분법으로 나눠진 사회에서 경계를 걷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이름도 낯선 '경계선 지능인'들이다. 이들은 지능지수(IQ) 71~84사이에 속하며 적응능력 일부에 손상이 있지만, 지적장애 범주인 70이하에 해당되지 않아 복지 사각지대에 방치돼 있다. 이들에 대한 명확한 통계도 없다. 강원일보는 경계선지능인들이 걷고 있는 길을 들여다보고 그 어려움과 필요한 지원책 등을 알아보는 기획보도를 3회에 걸쳐 싣는다.
'느린학습자'로도 불리는 경계선지능인을 지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당사자에 대한 지원은 턱 없이 부족하다.
경계선지능인은 인지, 학습에서뿐 아니라 사회 적응력, 정서 발달 등이 또래에 비해 늦어 학교에서는 폭력과 따돌림의 대상이 되고 학교를 졸업한 후 사회에 나와도 배제되기 쉽지만 이들을 위한 강원도의 대책은 사실상 전무하다.
그나마 강원도의회에서는 사회문화위원장 정재웅 도의원이 발의한 ‘강원도 경계선 지능인 지원 조례’를 올 9월 통과시키면서 실마리를 찾는 듯 했지만 경계선지능학생을 지원하기 위한 별도의 조례안이 기존 조례와 비슷하다는 이유 때문에 계류됐다.
지난달 조례안을 부결시킨 춘천시의회를 비롯해 도내 18개 시·군 어디에도 시·군 상황에 맞는 지원 조례를 채택한 곳은 없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경계선 지능인 부모들과 시민사회단체는 시대의 요구에 맞지 않는 일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최수진 느린소리 센터장은 "보호자들에게 경계선지능인 아이·청년들은 매 순간 걱정거리인데 사회에서 우리들을 계속 방치하려나 보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들을 돌보는 일이 너무 어려워 일부 부모들은 억지로 지능지수 결과를 낮춰 장애 판정을 받게 하려고도 한다. 경계선 지능인들이 그 자체로 제대로 살아갈 기반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허소영 한림대 사회복지대학원 겸임교수는 “실제 경계선지능인 부모들은 자녀들의 언어·인지·작업치료에 한달 60~100만원의 치료비를 지출한다”며 “이제 막 목소리를 내고 있는 이들인데 그간 소외되고 배제됐던 것까지 감안을 해 더 발빠른 대응이 필요하다. 이들의 다방면 욕구가 채워질 수 있도록 제도를 설계해야만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