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반

[생물이야기]'경상도 문둥이'는 공부하는 아이?

필자가 어릴 적만 해도 나병환자들이 동네 앞 신작로(新作路)다리 밑에 걸인들처럼 우글우글 모여 살았다.

하여 그들이 진을 치고 있는 다리를 지나칠라치면 친구들을 모아서, 호주머니에는 돌멩이를 한가득 씩 넣고는, 도끼눈을 하고 수굿이 머리 숙여 누가 먼저랄 것 없이 냅다 재우쳐 뜀박질했다. '문둥이'가 쥐도 새도 모르게 아이를 잡아먹는다는 말이 떠돌았던 탓이다. 한마디로 그들은 사람대접을 받지 못하고, 무서운 천벌을 받은, 버려진 사람으로 취급됐다.

'문둥이'는 나병환자를 속되게 표현하는 말로, 남에게 욕을 할 때 사용한다. 또 문디는 문둥이의 경상도 사투리로, 우리 동네(진주를 포함하는 서부 경남)에서는 문둥이를 ‘문디’라고 하는데, ‘문디 자슥(자식)’, ‘문디 가시나(계집아이)’등의 욕설이 있다.

“문둥이 떼쓰듯 한다”란 마구 떼씀을, “문둥이 버들강아지 따먹고 배 앓는 소리 한다”란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게 입안으로 우물우물 말하는 사람을, “문둥이 시악 쓰듯 한다”란 문둥이가 시악(恃惡·악한 성미)을 부린다는 뜻으로, 무리하게 자기주장만 하고 잘난 체 떼를 씀을, “문둥이 죽이고 살인 당한다”란 대수롭지 않은 일을 저질러 놓고 자못 큰 화를 당함을, “문둥이 콧구멍에 박힌 마늘도 파먹겠다”란 욕심이 사납고 남의 것을 탐내어 더럽게(다랍게) 구는 사람을 비꼰 말들이다.

그런데 ‘경상도 문둥이’란 말이 어디서 나왔을까? 한센병자(Hansen's disease·HD)를 가리키는 문둥이는, 경상도에 문동(文童)이 많다는 말에서 왔을 것이란다. 또 다른 설로 특히 겨울철에 많이 눈에 띄었으니, 이들은 추위에 약해 전국에서 따뜻한 남쪽(경상도 쪽)으로 내려왔다. 겨울나고 나면 다시 전국으로 다시 흩어지니 철철이 이동하는 일종의 철새인 셈이다. 이리하여 전국의 문둥이들이 경상도로 들입다 모여 도떼기시장처럼 시끌벅적하였으니 낮잡아보는 말인 ‘경상도 문둥이’란 말이 생겼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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