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일반

층간소음 민원 500건 넘는데, 분쟁조정위 처리는 ‘0'…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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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지역 층간소음 민원 코로나 이후 83% 증가
지난해 556건 접수, 지자체 분쟁조정위 실적 전무
갈등 당사자간 조정 참여 어려워 활성화 방안 필요

사진=연합뉴스

코로나19 이후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면서 아파트 층간소음 민원이 증가하고 있지만, 이를 해결할 분쟁조정제도는 유명무실한 것으로 드러났다. 기초지자체별로 공동주택 분쟁조정위원회를 운영할 근거는 마련됐지만, 실제로 운영된 사례는 전무하다.

22일 한국환경공단 산하 층간소음 이웃사이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강원지역에서 접수된 '층간 소음' 민원은 556건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까지만 해도 299건에 불과했지만 2020년 547건으로 전년대비 83% 급증했다. 올 상반기(1~6월)에도 270건이 접수됐다.

피해 정도가 심각하다며 현장진단(방문상담·소음측정)을 요구한 경우도 지난해 172건이었고, 올 상반기에는 벌써 87건에 달한다.

집에서 재택근무, 온라인 회의나 수업 등이 일상화 되면서 '뛰거나 걷는 소리'로 민원을 낸 경우가 가장 많았다. 지난 4월에는 춘천의 한 아파트에서 40대 남성이 층간 소음 갈등을 겪던 위층을 찾아가 70대 남성을 폭행한 혐의로 기소돼 징역형을 선고받기도 했다.

이처럼 층간 소음 갈등은 격화되고 있지만, 해소할 제도는 거의 없다.

도내 각 시·군마다 '공동주택 분쟁조정위원회 운영에 관한 조례'가 있지만 실제로 층간 소음과 관련해 조정이 성립된 경우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파트가 많은 춘천·원주·강릉·동해·속초·삼척·태백시에 따르면 공동주택 분쟁조정위원회 조례가 제정된 이후 층간 소음으로 조정이 이뤄진 경우는 한건도 없었다.

지자체 관계자들은 "층간 소음 피해자뿐만 아니라 원인 제공자까지 참여해야 조정이 가능한데, 참여가 어렵다"며 "조정 성립 요건을 갖추기 어려운 이유"라고 말했다. 주민들이 분쟁조정 제도를 모르는 것도 조정이 이뤄지지 않는 원인이다.

이 때문에 국토교통부가 최근 발표한 500세대 이상 단지에 층간소음관리위원회 설치를 의무화하는 내용의 '공동주택 층간소음 개선 방안'도 알맹이가 빠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영석 대한건축사협회 강원건축사회장은 "차단재 설치 등 건설 공학적인 방법으로 층간 소음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비용이 든다"며 "당사자간 조정 제도를 활성화 시키는 것이 층간소음 갈등의 현실적인 해결책"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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