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속초 ‘最古' 석조 건축물
6·25전쟁 당시 건축 시작
시 등록문화재 지정 건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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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 초고층 아파트 추진
생활형 숙박시설도 건립
빌딩 절벽에 둘러싸일 판
속초시 영랑로7길 10-5(동명동) 언덕의 동명동 성당은 속초에서 가장 오래된 석조 건축물이다. 전체가 돌로 이뤄진 동명동 성당은 6·25전쟁이 한창이던 1952년 10월1일 건축인가를 받아 수복지구인 속초에서 착공 1년 만인 1953년 10월 완공됐다.
미사 때마다 옥수수가루나 우유, 의약품 등을 나눠주었기 때문에 전쟁이라는 긴박한 상황에서도 많은 피란민이 성당에 와 신도가 됐다. 동명동 성당은 수복지구 내 이주 난민을 위한 성당이라는 기념성과 6·25전쟁 기간 건설되기 시작한 성당이라는 상징성을 갖고 있다. 또 전쟁으로 인한 이주난민과 더불어 도시의 발전을 함께해 모든 속초시민이 알고 있는 인지성 높은 건축물이다. 특히 성당을 건설하는 과정에서 주요 마감재인 석재를 인근 영금정 채석장에서 반입했으며 기초 철근콘크리트는 동해북부선의 폐선로를 활용했고, 지붕은 미군의 드럼통을 늘려 사용해 당시 기술 발전의 시대성과 지역성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동해 바다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고지대에 위치, 해마다 1월1일이면 속초시민들은 물론 관광객들의 해맞이 장소로도 애용되는 곳이다. 속초시는 2017년 6월 성당 측의 문화재 등록 지정 요청에 따라 용역을 거쳐 2019년 12월 문화재청에 등록문화재 지정 신청 및 건의를 했으며 문화재청 문화재전문위원 등이 등록문화재 지정을 위한 현지 심사를 거쳤다.
이처럼 유서 깊은 동명동 성당 주변에 최근 ‘초고층 아파트 절대 반대'라는 제목의 현수막이 여러 장 내걸려 있다. 성당 앞에 초고층 아파트 신축이 추진되고 있어 신도들이 고층건물반대추진위원회까지 결성하고 반발하는 것이다. 성당 측과 추진위원회에 따르면 5년 전 성당 인근에 건물 신축을 추진하다 지역사회의 반발로 계획을 철회했던 부동산개발업자가 회사 명칭을 바꿔 최근 성당을 방문해 지하 3층~지상 49층 규모의 아파트 건축 계획을 설명했다고 한다.
해당업자는 성당 앞쪽에 있는 시유지인 동명동주민센터를 포함한 부지에 3개동의 아파트를 신축할 계획이라며 성당 측이 게시한 ‘아파트 신축 반대' 현수막 제거를 요청하기도 했다.
반대추진위원회 측은 성당을 기준으로 현재 오른쪽에 43층 규모의 아파트, 왼쪽에 27층 규모의 생활형 숙박시설 신축공사가 진행되고 있어 정면에 49층 건물까지 지어지면 성당은 3면이 사실상 절벽으로 가로막히게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추진위원회와 성당 주임신부 등은 지난 달 25일 속초시청을 방문, 김철수 시장과 면담을 통해 “속초시의 역사적 상징이고 문화유산이며 문화재적 가치를 가지고 있는 성당 앞을 막는 건축물 신축은 안 되며 동명동주민센터를 사업자 측에 매각하지 말아 달라”고 요청했다. 김 시장은 “건축물 신축 제한에 대해 행정의 한계가 있겠지만 성당의 입장을 최대한 반영하겠으며 동명동주민센터 매각 의사는 없다”며 “동명동 성당은 잘 보호·보존돼야 하고 시민과 함께 지켜 나가야 될 문화유산이라는 것이 시의 확고한 입장”이라고 말했다.
속초에는 하루가 멀다 하고 고층 건축물이 우후죽순 격으로 신축되고 있어 앞으로 제2, 제3의 ‘동명동 성당'이 생기지 말란 법이 없다. 만에 하나라도 성당 앞에 현재 추진 중인 고층 건축물이 지어지게 된다면 3면이 가로막히는 것에서 나아가 오늘날의 속초를 있게 한 상징인 수복탑, 아바이마을도 더 이상 성당 앞마당에서 볼 수 없게 된다. 언덕 위 아름다운 성당은 단순한 종교시설이 아니라 속초의 역사적 자산이자 소중한 문화공간이다. 성당 신도들뿐만 아니라 시민들이 모두 나서서 자본논리에 맞서 속초의 역사와 문화를 지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