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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중언]'윤석열 X파일'

누구에게나 남에게 들키고 싶지 않은 비밀이 있다. 신체적 단점부터 실수 혹은 잘못까지. 실체야 어떻든 누군가 내 약점을 안다는 건 싫고 두렵다. 그래서일까. 한때 '나는 네가 지난 여름에 한 일을 알고 있다'라는 영화 제목이나 '내가 입만 열면'이란 말이 유행했다. 자신의 비밀은 무슨 수를 써서든 감추려는 사람들이 남의 비밀은 캐내고 싶어 안달한다. 'X파일'은 이처럼 들키지 않으려는 사람들과 들여다보고 싶은 사람들이 빚어낸 존재 여부나 내용이 확인되지 않은 사건·인물에 관한 문서를 총칭한다. ▼내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이른바 '윤석열 X파일'이 온 나라를 흔들고 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그동안 야권 유력 대선 주자인 윤 전 검찰총장을 향해 처와 장모 관련 의혹을 집요하게 제기해 왔다. 최근엔 당대표까지 “윤석열 파일을 차곡차곡 모으고 있다”고 말해 의혹을 증폭시켰다. 이 파일을 본 한 정치평론가가 “이 분이 국민의 선택을 받기는 힘들겠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말해 논란을 키웠다. 야당은 윤석열 X파일이 있다면 공개부터 하라고 반박하고 있다. ▼정치권에서 X파일 등을 내세운 음모론의 뿌리는 깊다. 2002년 16대 대선 때 병역브로커 김대업씨가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를 상대로 제기했던 아들 병역비리 의혹은 나중에 사실무근으로 밝혀졌다. 하지만 이 후보의 낙선에 크게 영향을 미쳤다. '윤석열 X파일'은 과연 얼마나 진실일지 궁금하다. 이번 X파일 작성에 '기관의 힘'이 개입됐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빅브라더식의 권력 남용이라면 이 또한 성역 없이 단죄해 다시는 이 같은 일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 측은 “출처불명 괴문서로 정치 공작을 하지 말고 진실이라면 내용과 근거, 출처를 공개하길 바란다”고 했다. 대선이 8개월가량 남았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유력한 대선 후보다. 그의 X파일이라면 선거용 정략으로 치고받을 사안은 결코 아니다. 만약 그저 의혹만 부풀리기 위한 것이라면 이제 그런 풍토는 근절돼야 한다.

박종홍논설위원·pjh@kw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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