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백신 접종 지연, 방역 구멍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코로나19 백신 부족으로 예방 접종이 다시 지연되고 있다. 코로나19예방접종대응추진단에 따르면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 재고량은 약 204만명분이다. 백신을 맞겠다고 예약한 사람은 이보다 36만명가량 많다. 강원도 방역 당국도 17일부터 AZ 백신 접종 예약자 수천명의 백신 접종이 당초 일정보다 늦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일부 예약자는 병·의원으로부터 예약한 날짜에 접종이 불가능하다는 통지를 이미 받기도 했다. 도내에서만 최소 3,000~4,000명에 대한 백신 접종이 일시 중지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방역 당국의 예상보다 많은 인원이 AZ 백신 접종 예약에 몰렸기 때문이다. 60세에서 74세 백신 예약률이 80%를 넘어서면서 벌어진 일이다. 접종이 연기된 사람들은 7월에 백신을 맞게 된다. 아직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추진단은 위탁의료기관과 함께 이들의 접종일자를 조정한 뒤 3분기(7∼9월) 접종 계획을 발표하는 17일에 자세히 안내할 예정이다.

백신 접종이 미뤄지면서 백신 접종 예약자들과 일선 병·의원에서는 혼란이 속출하고 있다. 갑작스러운 백신 접종 지연에 예약자들의 불만이 이어지고 일선 병·의원은 취소 연락과 연기 항의까지 받아야 할 판이라고 호소하고 있다. 무엇보다 가장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는 곳은 '사회적 거리두기 개편안'이 시범 적용되고 있는 춘천, 원주, 강릉을 제외한 도내 15개 시·군이다. 인구 10만명 이하인 이들 지역에서는 지난 14일부터 3주간 8인 모임이 허용됐다. 8명 모임이 가능해진 지역에서는 이미 가족과 친구들을 자유롭게 만나는 분위기다. 또한 '5명 이상 오시면 안 됩니다' 하고 돌려보냈던 상인들도 더 많은 손님을 받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백신 접종이 늦어지는 동안 다시 코로나19가 유행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정부에서는 국민의 25%가 1차 접종을 마무리할 것으로 예상되는 7월부터는 1회만 접종해도 실외에서는 마스크 착용 의무를 없앨 계획이다. 접종 완료자는 사적 모임의 인원 제한을 받지 않는다. 1회 접종자도 대면 종교활동의 참여 인원 제한에서 제외된다. 스포츠 경기장이나 영화관 등의 거리두기 규정도 완화할 방침이다. 일상으로의 복귀가 점차 다가오고 있다. 이런 때에 접종 지연이 집단감염을 불러온다면 그동안의 노력은 물거품이 된다. 그간 취약한 곳을 파고드는 코로나19의 전파력은 이미 입증됐다. 접종 지연과 일상으로의 복귀가 겹친 이 시기가 방역의 구멍이 되지 않도록 지자체와 주민들은 방역 생활화에 더욱 유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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