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언더도그마(Underdogma)' 현상. 약자를 의미하는 '언더독'과 굳게 믿고 있는 생각이나 신념을 뜻하는 '도그마'의 합성어. 말하자면 약자에 대해 보통의 사람들이 갖고 있는 신조(信條) 또는 관념 쯤으로 풀이하면 되겠다. “약자는 선(善)하고 강자는 악(惡)하다”는 생각이 그것이다. 갑질이 횡행하는 시대와 맞닥트리면서 이 개연성 없는 논리는 믿음으로 굳어진다. 어떤 도덕적 함의가 내포된 것도, 딱히 근거가 있는 것도 아닌데 그렇다. 편견과 섣부른 일반화의 오류다. ▼2017년 벌어진 치킨 프랜차이즈 BBQ 회장의 갑질 논란 사건. 한 BBQ 가맹점을 찾은 윤홍근 회장이 주방 출입을 제지당하자 폭언과 욕설을 퍼부었다는 가맹점주의 주장이 나오면서 여론은 들끓었다. 전형적인 갑질 행태라고 생각한 시민들은 분노했다. 브랜드 이미지 하락과 매출 감소는 불 보듯 뻔한 일이었다. 하지만 수사 결과 이 제보는 허위로 밝혀진다. 논란 당시 윤 회장은 '사실무근'이라고 해명했지만 이를 믿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일본 드라마 리갈하이의 한 장면. 법정에서 검사와 맞붙은 변호사 코미카도 켄스케는 여론에 따라 한 사람을 범인으로 몰고 살인 혐의로 기소한 검찰을 비난하며 이런 말을 한다. “고급 외제 차를 타고 명품 옷을 입고 상어 지느러미와 푸아그라를 먹었으니까 사형시킵시다. 그것이 민의다. 그것이 민주주의다. 이 얼마나 대단한 나라인가. 진짜 악마는 거대하게 부풀어 올랐을 때의 민의다. 자신을 선한 사람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고, 추레한 똥개가 하수구에 빠지면 일제히 모여서 뭇매를 때리는…” ▼언더도그마의 반대되는 개념으로 새롭게 나온 것이 바로 '오버도그마(Overdogma)'다. 강자는 무조건 선하고 약자는 악하다는 생각이 그것이다. 이 또한 맥락 없는 편협한 사고다. 멍청함의 극치다. 힘의 크기로 어떤 사람의 선함과 악함을 구분할 수 있을까. 결국 '케바케(케이스 바이 케이스)' 아닌가.
오석기 문화체육부장·sgtoh@kw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