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일반

“내 업계경력이 몇년인데…” 그순간이 사업 망하는 시작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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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일보 CEO아카데미 특강 - 공병호 공병호연구소장

◇지난 26일 춘천 스카이컨벤션웨딩에서 열린 강원일보 CEO아카데미 5기 개강식에서 공병호 공병호연구소장이 '한국경제의 진단과 유망사업'을 주제로 특강을 하고 있다(맨 위 부터), 강원일보 CEO아카데미 수강생들이 공병호 공병호연구소장의 특강을 경청하고 있다. 박승선기자 lyano@kwnews.co.kr

지적오만 항상 경계하고 유연한 사고력 키워야

성공하는 사업가 수정·보완 습관 몸에 배어있어

한국경제 코로나19 사태 전부터 이미 불황터널

정부 주52시간·최저임금 정책에 기업경쟁력 약화

강원일보 CEO아카데미 5기 과정의 첫 강사는 경제전문가이자 저술가인 공병호 박사였다. 그는 이름 석자가 곧 브랜드다. 고려대 경제학과를 거쳐 미국 라이스대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고,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설립한 자유기업원장을 지낸 '자유주의 경제학자'다. '공병호의 자기경영노트' 등 다수의 책을 출간했던 그는 자신의 이름을 내건 공병호연구소를 설립해 강연 활동을 하고 있다. 최근에는 유튜브 채널인 '공병호 TV'를 운영하며 한국사회의 문제점을 진단하고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지난 26일 춘천 스카이컨벤션웨딩에서 열린 개강식에서 '한국경제의 진단과 유망사업'을 주제로 진행된 그의 강연 주요 내용을 살펴본다.

■'돈이 말라 버린 것' 한국경제의 과제=“경영 혁신의 대가이자 미국의 저명한 경영학자인 톰 피터스(Tom Peters)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경제 위기를 1929년 미국 경제 대공황 이래 가장 심각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경제 위기가 오면 일어나는 가장 큰 변화는 돈줄이 마른다는 것이다. 회사채나 기업 어음을 사줄 만한 투자자가 있어야 하는데 매입할 사람이 없다. 중앙은행이 나서 달라고 여당이 요구하고 나설 정도다. 서민 금융의 타격도 클 수밖에 없다. 신용 등급이 낮은 서민들은 주로 카드사, 캐피털사의 돈을 쓰는데 이 회사들도 자기 자본을 갖고 나서는 것이 아니다. 회사채를 발행하고 이윤을 붙여서 서민에게 판다. 그런데 회사채 발행이 막히니 서민금융도 위축될 수밖에 없다. 경제 위기의 대표적인 징후는 돈이 어디론가 숨는다는 것이다. 한국경제의 과제는 돈이 말려버렸다는 것이다. 현 국면은 글로벌 밸류체인(가치 사슬)이 와해되는 단계다. 인류 앞에 닥친 가장 큰 도전 과제다.”

■살아남으면 강해진다=“내 연구실에는 선풍기 스타일의 가습기가 있다. 혁신기업의 상징인 영국의 가전회사 다이슨이 만든 건데 만족도가 높아 한 대 더 샀다. 볼 때마다 '어떻게 가습기를 선풍기 스타일로 만들 생각을 했을까' 싶어 놀란다. 고정관념을 벗어나는 것이 중요하다. 위기의 출구가 보이는 시작점이기 때문이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방역보다 경제가 더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의료계 동향을 보면, 낙관적으로 봤을 때 7월쯤 치료제가 나올 수 있다고도 하는데 그렇더라도 기업은 4~6월을 버텨야 한다. 자금 경색으로 인한 부도가 우려된다. 내수뿐만 아니라 수출도 최악인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위기여서 뚜렷한 해답도 없다. 이럴 때일수록 선입견, 고정관념에 갇혀 있으면 출구를 찾을 수 없다. 시장은 불황을 거치면서 옥석을 가려낸다. 살아남으면 강해질 것이다.”

■불황의 터널에 들어간 한국경제=“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하기 전에도 한국은 이미 불황이 고착화돼 있었다. 이미 내수산업은 타격을 입고 있었다. 5년 단위로 정권이 바뀔 때마다 경제 성장률이 1%씩 떨어졌다. 우리나라도 장기 불황 국면에 들어갔다. 기업인들에게 권하고 싶은 것은 '일본형 장기불황'을 연구하라는 것이다. 저성장 국면에서 어떻게 생존하고 번영할 것인가를 연구해야 한다. 일본의 장기불황을 면밀히 살펴보면서 반면교사 삼아야 한다. 어떤 위기가 왔으며, 어떤 사업 아이템이 뜨고 졌는가를 보는 것이 사업가들에게는 중요하다. 불황이라고 해서 기회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기능성 의류 브랜드인 유니클로는 불황기에 나와서 크게 성장했다. 저성장 국면에서 어떻게 생존하고 번영할 것인가를 봐야 한다.”

■작은 돈이라도 절감하라=“금융시장이 굉장히 경색돼 자금 관리에 각별하게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시기다.

이럴 때 중요한 부분이 비용 절감이다. 줄일 건 줄여야 살아남는다. 비용 관리에서 엄격함을 유지해야 한다. 기업뿐만 아니라 국가적 차원에서 봤을 때도 고비용 구조가 문제다. 정치인들은 '한국이 수출해서 먹고사는 나라'라는 점을 국민께 말해야 한다. 우리는 물건을 외국에 팔아야 사는 나라이기 때문에 늘 비용 절감을 고민해야 한다. 안타깝게도 최근 한국의 비용 구조는 너무 높아졌다. 주52시간제,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수출 여건이 어려워졌다.

세금 역시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세계사적으로 봤을 때 세금을 올려서 번영한 나라는 없다. 나라가 활력을 찾으려면 생산과 투자, 근로 의욕이 넘쳐야 하는데 증세 정책은 이를 위축시킨다. 동시에 세금에 의존해서 살아가려는 사람들도 많다. '동원참치'로 알려진 동원그룹의 김재철 명예회장은 '보조금 받기 위해 골몰했던 참치잡이 선주 가운데 살아남은 사람은 없더라'라고 회고하기도 했다. 외부의 도움에만 의존해서는 살아남기 힘들다. 자신의 삶을 개척해 나가겠다는 강인한 시대정신이 있어야 살아남을 수 있다.”

■'고통 지불' 없이는 성장도 없다=“통상 경제 위기가 발생하면 정부가 막대한 돈을 투입했지만 구조조정도 함께했다. 현 정부도 코로나19 위기 타개책으로 돈을 많이 쓰겠지만 구조조정 없이 돈을 쓸 것이다. 하지만 썩은 부분을 도려내지 않고서는 경기 부양도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회사가 건강해지는 비결은 쓸모 없는 부분은 잘라내는 것이다. '잘라냄'이 없이 돈을 퍼부으면 안 된다. 고통을 지불하지 않으면 건강한 나라가 되기 힘들다.

국민께 고통을 요구하려면 정치 지도자들이 문제를 정확하게 알아야 한다. 한 개인이 아무리 일상에 최선을 다하고 비즈니스를 잘해도 상부질서를 만드는 정치가 뒷받침되지 못하면 개인의 역량을 발휘하는 것도 힘들다. 이런 면에서 정치가 매우 중요하다. 최저임금 인상과 주52시간제가 경제에 미친 영향을 생각해 보면, 정책이 삶에 얼마나 중요한지도 알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임기를 마치고 나면 이 두 가지 정책으로 평가를 받게 될 것이다. 긍정적인 평가는 받기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한다.”

■유연성이 있어야 살아남는다=“사업가들을 보면 잘 나가다가 망하는 경우가 많다. 유심히 지켜보면 '지적 오만'이 자리 잡는 순간이 곧 망하는 시작점이다. '내가 이 업계에서 경력이 몇 년인데…' 혹은 '내가 이런 성공을 했는데…'와 같은 생각을 하는 순간 교만이 자리 잡기 시작한다. 유대인의 경전인 탈무드의 격언 중에 '삼목 나무처럼 딱딱하지 말고 갈대처럼 부드러워라'와 '인간의 모든 장기는 심장에 의존하고, 심장은 지갑에 의존한다'는 문구가 있다. 유연성을 갖는 것, 돈의 본질은 아는 것이 중요하다.

정치도 마찬가지다. 사회주의 지도자들은 지적 오만이 강하다. 자신들이 사회를 설계해서 계획대로 끌고 가면 번영이 이뤄진다고 생각한다. 성공하는 사업가, 정치인들은 수정·보완하는 습관이 몸에 배어 있다. 오늘 판단을 내려도 간밤에 더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수정한다. 더 훌륭한 생각이 있으면 듣는다. 지적 겸손함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향후 미래 인재의 핵심 요건도 '유연성'이다. 완벽하게 준비한 다음에 출발하겠다고 하면 타이밍을 놓치기 쉽다.”

정리=신하림기자 peace@kw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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