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류가 생존해 생활하는 곳에는 언제나 '길'을 알려주는 스승이 있었다. 불가에서는 스승과 제자를 1만겁의 인연이라고 했다. 부모와 자식으로 맺어지는 것과 같다. 부부는 8,000겁, 형제는 9,000겁의 연이라고 하니 사제의 연은 더욱 각별하다. 옛 성현은 군사부일체(君師父一體)라고 했다. ▼공자가 길을 물었다. 열국을 돌며 유세하느라 고생을 거듭하다가 지나던 어느 곳에 섰다. 밭을 갈던 은자(隱者) 장저와 걸닉을 발견한 공자는 “나루가 어디인지 물어보고 오라”며 제자 자로(子路)를 보냈다. “저 수레를 타고 있는 사람이 공자 맞느냐”고 운을 뗀 두 은자는 “공자가 맞다면 나루가 어디인지를 알 터인데 왜 묻느냐”며 자로를 돌려보낸다. '문진(問津)'이라는 성어에 얽힌 일화다(유광종, 스승, 2009). 공자가 물은 나루의 정체가 궁금하다. 고생하며 오가던 여정에서 편안히 이동하는 길을 찾기 위해서라는 추측이 가능하다. 그러나 물음의 상대가 자연에 숨어 있는 은자라는 점에서 그 길이 다른 길일 수도 있음을 알 수 있다. 더구나 자신의 정치철학을 전파하기 위해 분주히 오가며 길을 익혔던 공자이고 보면 그가 물었던 길은 인생의 지침, 나아가 세상을 구하기 위한 제세(濟世)의 길이었을 것이다. ▼바른길을 찾는 일은 쉽지 않다. 올바른 길에 들어서면 바람직한 결과를 얻을 것이고, 반대의 경우라면 낭패다. 바른길을 찾아서 나서는 것은 그래서 중요하다. 인생은 안개 자욱한 길이다. 시계 불안으로 예측할 수 없다. 길을 가르쳐 줄 누군가가 필요하다. 판단하기 어려운 인생의 길에서 스승의 존재는 늘 소중하다. 세상이 바뀌어도 혈육을 낳아 길러주는 어버이의 정이 변함없듯, 교육 현장이 어떠한 변화의 바람이 불어도 제자들이 잘 되기를 바라는 선생님의 애틋함도 한결같으리라 생각된다. ▼마침 15일은 스승의 날이다. 길을 가리켰던 스승을 찾아 고마운 마음을 전하며 삶의 의미를 되새겨 보는 그런 날이었으면 좋겠다.
권혁순논설실장·hsgweon@kw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