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나라 군대'는 오합지졸(烏合之卒)의 병사들에 흐리멍덩한 지휘관, 군기는 얼빠진 군대를 비유할 때 쓰인다. 그러나 10년 만에 중국 대륙을 통일한 당나라 군대는 중화 역사 전체를 통틀어서도 역대 최강이라고 봐도 손색이 없을 정도의 강군이었다. 또 화약을 군사적으로 가장 먼저 이용해 화포(火砲), 화전(火箭), 화창(火槍) 등의 무기를 사용했다. 다만 국운이 쇠퇴하면서 오합지졸이 됐다. ▼1998년 12월4일 오전 10시35분쯤 인천의 공군 방공포대에서 미사일 장비 점검 훈련을 하던 중 발사대에 장착돼 있던 나이키 허큘리스 지대공 미사일이 발사돼 공중에서 자동 폭발하는 사고가 일어났다. 창군 이래 초유의 미사일 오발 사고로 당시 이 폭발로 수만개의 파편이 주택가 등으로 떨어져 시민들이 부상을 입고 차량이 파손됐다. 그야말로 '마른하늘에 날벼락'이었다. ▼지난 18일 춘천의 한 공군부대에서 다시 이 같은 미사일 오발 사고가 일어났다. '한국형 패트리어트'라고 불리는 천궁 유도탄 1발이 비정상적으로 발사돼 공중에서 폭발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천궁은 공군이 운용하는 호크 체계의 후속 대체 전력으로 국방과학연구소(ADD)가 개발한 최첨단 중거리 지대공 유도 무기다. 제아무리 비싼 첨단 무기도 정신을 놓고 있으면 무용지물이다. ▼1950년 6월24일 육군 장교클럽 낙성기념 파티로 명동 술집에서 2차 회식까지 하고 새벽 2시에 귀가한 육군참모총장 채병덕 소장. 다음 날 새벽에 북한군 침공 보고를 받자 “또 그런 충돌이겠지”하며 몽롱한 눈을 감고 고개를 숙였다고 한다. 이날 오전 5시40분 정보국장 장도영 대령이 육군본부에 출근했는데 오전 6시가 되도록 간부 장교가 한 명도 보이지 않았다고 한다. 군기 해이는 결코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게 역사의 교훈이다.
박종홍논설위원·pjh@kw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