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일반

[피플&피플]세상 빛 못보지만, 연극의 빛은 더 환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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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 소울씨어터 남호섭 대표

검은 잔상 나타나는 포도막염…왼쪽 눈 이어 오른쪽도 실명

대사는 녹음해 외우고 무대 오를 때는 온전히 발끝에 의지

대한민국 연극제 道 대표 출전 "연민 아닌 연기력 평가해달라"

“세상은 완벽하게 어두워져 두렵지만, 연극은 오히려 제 삶의 원천이 됐습니다.” 배우 남호섭(35·속초)씨는 요즘 누구보다도 뜨거운 도전의 삶을 살고 있다. 자신이 이끌고 있는 극단 소울씨어터가 '만주전선'으로 강원연극제에서 대상을 따내며 다음 달 15일 열리는 제3회 대한민국연극제에 도 대표로 출전한다.

하지만 2016년 제1회 대한민국연극제에 출전해 '금상'을 수상한 2년 전과는 많은 것이 달라졌다. 당시에는 한쪽 눈으로나마 세상을 볼 수 있었지만 이제는 모든 빛을 볼 수 없어졌기 때문이다. 2004년 전국연극제에서 전국 최연소로 개인연기상을 수상하며 샛별처럼 떠올랐던 남 대표는 다음 해 왼쪽 눈에 검은 잔상이 나타나는 포도막염이 발병했다. 3년 뒤 오른쪽 눈에도 같은 증상이 나타나며 눈은 빠르게 나빠졌다. 2010년 왼쪽 눈은 실명이 됐고, 올 초 오른쪽 시력마저 잃게 됐다. 이제는 대사를 녹음해 외워야 하고 무대에 오를 때 바닥에 파인 홈과 결을 발끝으로 온전히 느끼며 움직여야만 한다. 앞이 보일 때보다 몇 갑절의 노력이 필요하지만 연기에 대한 의지는 더욱 강해졌다.

남 대표는 “세상과 차단되고 철저히 혼자가 된 고립감 때문에 미래가 불안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이제 연극은 배우라는 직업을 뛰어넘어 인간 남호섭에게 삶을 이어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고 밝혔다. 이어 “보이지 않는 상황들이 작품에 지장이 없길 바라고, 연민이 아닌 연기력으로 평가해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루마니아 국제연극제 최우수연기상, 제27회 강원연극제 최우수연기상(2010년), 미장셴 영화제 심사위원 연기 부문 특별상(2014), 제1회 대한민국연극제 금상 등 다수의 상을 수상했다.

이하늘기자 2sky@kw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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