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몰래 알 밀어넣는 데 불과 10초
기생새-숙주새 서로 정해져 있어
그런데 뻐꾸기 녀석들은 알을 제가 품지 못하고 딴 새 둥지에 몰래 알을 낳아 새끼치기를 하니 이를 탁란(托卵·밀托 알卵·Brood parasitism)이라 하니 말해서 얌통머리 좋은 기생 새(Parasite bird)다.
탁란조는 모두가 두견과의 조류로 세계적으로 100여종이 있으며, 우리나라에는 뻐꾸기, 검은등뻐꾸기, 두견이, 매사촌, 벙어리뻐꾸기들이 있고, 이들은 뱁새 멧새 노랑할미새 알락할미새 종달새 개개비 검은딱새 때까치 등의 숙주 새(Host bird)에 의탁(依托)한다. 5월 상순에서 8월 상순까지 1개의 둥지에 보통 1~3개의 알을 맡기며, 이 집 저 집 번갈아가면서 50여개나 낳는 종도 있다 한다.
'뻐꾸기가 둥지를 틀었다'고 하면 가능성이 없는, 웃기는 일을 비꼬는 말이다. 그렇다. 십자매에 금화조나 문조의 알을, 또한 암탉 둥지에 오리 알을 품게 하는 것도 탁란이다. 어쨌거나 이들은 반드시 자기를 키워준 어미 새의 둥지에다 알을 맡기니 어미와 보금자리가 이미 각인(刻印)되어 있는 탓으로, 기생 새와 숙주 새가 서로 정해져 있다. 그중에서 뻐꾸기를 죽을힘을 다해 옹송그려 품고, 먹여 키워준 뱁새(정확한 생물이름은 '붉은머리오목눈이')를 예로 들어보자. 영리한 자의 속임수란 말인가? 멀리서 뻐꾸기 암컷이 골똘히 눈치를 보다가 뱁새 어미가 잠깐 자리를 비운 사이에 잽싸게, 거리낌 없이 뱁새 둥지에 날아들어 알 하나를 밀어내버리고 제 알 하나를 낳고는 벼락같이 날아 나오니 그때 걸리는 시간은 10초 남짓이다. 집에 돌아온 뱁새 어미는 미심쩍은 기분이 좀 들었겠지. 그러나 알 하나가 비록 커 보이지만 제 알들과 색깔과 무늬가 꼭 닮았고, 하나, 둘, 셋, 넷, 알 개수에 차이가 없어 안심을 한다. 이렇게 이 둥지 저 둥지 배회하면서 10개가 넘는 알을 낳는 요사한 암놈 뻐꾸기다. 다른 새와는 달리 뻐꾸기는 반드시 뱁새 집에 알 1개만 낳으니 둘을 낳으면 뱁새 어미가 다 거천하는 것이 버겁다는 것을 뻐꾸기는 안다. 세포 속 깊숙이 무엇이 내장되어 있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