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로 93회째를 맞이하는 어린이날. 일제 강점기인 1923년 5월1일 색동회의 기념행사와 함께 시작된 이래 일제에 의해 강제로 폐지되는 아픔을 겪기도 하고, 6·25전쟁 등 수많은 역사의 격랑을 관통하면서 그 명맥을 오롯이 유지하며 오늘에 이르고 있다. '어린이'여서 즐거웠던 도내 어린이날의 추억과 풍경을 강원일보 보유 기록사진을 통해 살펴본다.
기념 깃발 손에 쥔 모습 눈길끌어
체육대회나 기념공연도 열려 이채
예나 지금이나 해맑은 모습 그대로
100명은 족히 넘어 보이는 군중. 저마다 다양한 복장과 표정으로 카메라를 응시하고 있다. 지금으로부터 87년 전인 1928년 강릉의 어린이날 기념사진(위 사진)이다.
아이들을 둘러싼 채 미소를 띠고 있는 어른들의 모습과 달리 따분한 듯 어린이날 기념 깃발을 손에 쥐고 주저앉아 있거나 우는 아이들의 모습이 웃음을 자아낸다. '강릉신진-(江陵新進-)'이라고 쓰인 기와를 얹은 커다란 건물을 배경으로 하고 있고, '강릉불교남자·여자소년회'와 '강릉금천유치원' 등이 적힌 깃발이 인파 속에 세워져 있어 강릉지역임을 짐작게 한다.
'사진에는 장소가 특정되지 않았지만 1927년 강릉군에 문맹퇴치를 위해 신진회(新進會)가 창립됐다는 기록(동아일보 1927년 7월28일자 보도)이 있는 것으로 보아 그곳이 아니었을까 추측된다.
또 다른 사진에는 1972년 어린이날 원주 교학국교에서 열린 체육대회에서 학생들이 체조하는 모습(위에서 세번째 사진)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한 여인의 모습이 이채롭게 포착됐다. 1975년에 어린이 날이 비로소 법정 공휴일로 지정됐기 때문에 1970년대 초에는 주로 각 학교마다 어린이 날을 기념하는 체육대회 등이 열렸다고 한다.
1976년 고성 인흥국교에서는 어린이날 기념식을 끝낸 학생들이 선생님의 지휘에 맞춰 소박하게 피리를 부는 것(맨 아래 오른쪽)으로 기념공연을 대신했고, 1978년 엄마 아빠 손을 잡고 춘천 육림공원을 찾은 아이들의 모습(맨 아래 왼쪽)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해맑다.
오석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