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반

[소설]세기의 사냥꾼 (9213)

잔인한 짐승들 ③

심술궂은 코끼리를 그대로 둘 수 없었다. 그놈은 라이노나 기린의 새끼들을 죽였다. 라이노와 기린은 동물보호구에서 특별히 보호하고 있는 귀한 동물이다. 코네리는 직접 그 코끼리를 잡기로 했으나 어려운 일이었다. 초원을 돌아다니는 코끼리는 쉽게 잡을 수 있다. 발견하기도 쉽고 추격하기도 쉽다. 그 큰 과녁을 놓칠 리도 없었다.

그러나 많은 코끼리 중에서 특정 코끼리를 선별하여 잡기는 어렵다. 더구나 그 코끼리가 늙은 떠돌이일 경우에는 아주 어려웠다. 그런 코끼리는 큰 나무들이 빽빽이 들어선 삼림 안에 숨어 돌아다녔다. 햇빛이 들어오지 않는 삼림은 대낮에도 밤처럼 어둡다. 떠돌이 코끼리는 그런 어둠 속을 소리 없이 돌아다닌다. 코끼리는 근시지만 예민한 코를 갖고 있다. 코끼리는 그 코로 3.92㎞ 밖에서 나는 냄새도 맡을 수 있다. 특히 사람에게 쫓기는 코끼리는 사람 냄새에 민감해 사람의 냄새가 느껴지면 멀리 도망가버린다. 코끼리가 느리다고 누가 말했던가. 코끼리는 시속 60㎞를 달릴 수 있으며 사람의 두 다리로는 추격하기가 불가능하다. 코끼리는 그걸 알고 있다.

그는 나이로비로 갔다. 나이로비 교외에 있는 형무소에서 원주민 사냥꾼 한 사람을 만났다. 와캄바족의 코끼리 사냥꾼 사투라였다. 사투라는 허리가 곱추처럼 굽어 있으나 병신은 아니었다. 늘 코끼리를 추적하다가 그렇게 되었는데 그는 표범처럼 민첩했다.

코네리는 몇 달 전에 어쩔 수 없이 그를 잡아 오래도록 감금했다. 그를 그대로 놓아두면 차보지구의 코끼리들이 그대로 남아 있을 것 같지 않았다. 사투라는 백인 코끼리 밀렵꾼들을 사냥터로 안내했으며, 그 때문에 백인 밀렵꾼들은 훌륭한 상아를 가진 코끼리들을 쉽게 사냥할 수 있었다. “부와나(나리), 왜 나를 불러냈지요?” 사투라는 코네리가 준 담배를 태우면서 조용하게 말했다. 그는 이미 코네리가 자기를 찾아온 이유를 짐작하고 있었다. “심술궂은 떠돌이를 잡아달라고요?” 사투라는 거절했다. “그런 놈을 잡으려면 삼림에서 숨바꼭질을 해야 합니다. 몇 날 며칠 찾으려고 돌아다녀도 이길 승산이 없는 놀이지요.” 코네리는 특별한 조건을 내걸었다. 잔여 형기를 면제해주고 암소 10마리를 주겠다는 조건이었다. 사투라는 암소 10마리를 30마리로 불린 다음 승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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