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반

[소설]세기의 사냥꾼 <7842>

신경전①

“부와나(나리), 담배를 피우지 마시오.” 와캄바족 사냥꾼 람쿠쿠는 잠을 자고 있는 것 같았으나 그렇지 않았다. 눈을 감고 코까지 골고 있었으나 그 늙은 사냥꾼은 반쯤은 자고 반쯤은 깨어 있었다. 아프리카 케냐 차보지역 사바나에서 야영을 하고 있을 때였다. 트로피 사냥꾼 렐트는 끄집어낸 담뱃갑을 도로 호주머니에 집어넣었다. 트로피 사냥꾼이란 기록에 남길 수 있는 특수한 짐승만 잡는 사냥꾼이다. 세계에서 가장 긴 뿔을 가진 영양, 세계에서 가장 덩치가 큰 사자나 표범, 가장 굵고 긴 코뿔을 가진 코뿔소 등이다. 이번에 잡으려는 코끼리는 좀 특이한 녀석이다. 사흘 전 나이로비호텔에 머물고 있을 때 검은 상복을 입은 영국의 귀부인이 찾아왔다. 어느 당구용품 제조업자의 부인이었다. “제 남편 안드레이는 푸른 상아를 가진 코끼리를 잡으려다가 도리어 그 코끼리에게 밟혀 죽었습니다.” 그 코끼리를 잡아 원수를 갚아 달라는 요청이고, 거액의 현상금도 주겠다는 말이었다. 여인의 남편 안드레이는 영국귀족협회로부터 푸른색 당구공 네 개를 만들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귀족회관 특설 당구장에서 쓸 상아 당구공인데 부르는 게 값이었다. 그러나 꼭 색깔이 푸른색이라야만 했다. 푸른 상아 당구공은 탄력이 강해 쿠션에서 미묘한 반전(反轉)을 한다는 말이었다.

안드레이는 아프리카에서 1년 동안이나 돌아다니면서 푸른 상아를 가진 코끼리를 발견했으나 그 코끼리에게 밟혀 죽었다. 함께 있던 백인 사냥꾼 역시 죽었다. 부인은 남편을 사랑했으며, 복수를 하기 전에는 죽은 몸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부르는 게 값이라는 푸른 상아에 대한 물욕도 있는 것 같았다. 죽은 몸이라지만 부인은 영국에서 가장 고급스러운 당구용품 제조공장을 그대로 경영하고 있었다. “부와나, 이제 슬슬 발자국을 따라가야만 되겠습니다.” 캡틴 렐트가 머리를 끄덕였다. 그들은 벌써 사흘째 그 발자국을 추적하고 있었으나 느긋했다. 아프리카의 더위나 모기 따위에는 면역이 되어 있는 사냥꾼들이었다. 언젠가는 잡을 수 있다는 자신감도 있었다. 그들은 별난 사냥꾼들이었다. 1929년 나이로비에는 세계 각지에서 내로라하는 사냥꾼이 모두 모여 있었다. 코끼리 밀렵으로 일확천금을 얻으려는 사람도 있고 현상금이 걸린 맹수를 잡으려는 사람도 있고 귀족이나 갑부들의 사냥안내를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들은 백발백중의 사격술이나 오래된 사냥경험을 과시했다. 나이로비는 사냥꾼들의 도시가 되어 호텔마다 만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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