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월의 땅에는 단종대왕의 애달픈 역사와 그를 지키려 했던 백성들의 충절이 함께 깃들어 있다.
그 중심에는 300년을 이어 온 영월만의 무형유산, 강원특별자치도 무형문화유산 ‘영월 칡줄다리기’가 있다.
영월 칡줄다리기는 단순한 민속놀이가 아니다. 억울하게 생을 마감한 단종대왕과 정순왕후의 못다 한 만남을 위로하고, 비운의 왕을 향한 백성들의 마음을 공동체 의식으로 승화시킨 영월의 대표 문화유산이다.
동강과 서강을 사이에 둔 동·서부 주민들은 각각 암줄과 숫줄을 메고 관풍헌 앞에서 만난다. 세조의 사약을 받은 비극의 현장인 관풍헌에서 두 줄이 맞부딪히는 장면은 단종을 향한 연민이자 권력의 횡포에 대한 백성들의 소리 없는 항의처럼 다가온다.
칡은 질기고 강하다. 척박한 땅에서도 깊게 뿌리내리는 칡의 생명력은 단종을 향한 영월 백성들의 일편단심과 닮아 있다. 주민들이 칡줄을 꼬는 과정은 단순한 준비가 아니라, 충심과 염원을 함께 엮는 시간이다.
칡줄다리기에는 민초들의 삶과 바람도 담겨 있다. 암수 칡줄을 삶은 물을 마시거나 고사떡, 밤, 대추를 먹으면 득남한다는 설화는 이 문화유산이 영월 사람들의 생활 속에 깊이 스며 있었음을 보여준다.
또 단종대왕에게 행사를 고하고 풍년을 기원하는 의식은 우리 민족 고유의 공동체 정신을 드러낸다. 줄을 함께 메고, 함께 당기고, 함께 환호하는 과정에서 주민들은 하나가 된다.
전국의 많은 지방자치단체가 작은 설화 하나에도 이야기를 입혀 관광 콘텐츠로 키우고 있다. 영월은 이미 ‘단종’이라는 강력한 역사 콘텐츠와 ‘칡줄다리기’라는 독창적인 무형유산을 함께 갖고 있다.
영월 칡줄다리기는 관객이 바라보기만 하는 축제가 아니다. 300여명이 넘는 주민들이 직접 줄을 메고 하나의 염원을 모으는 역동적인 현장형 콘텐츠다. 동·서강으로 나뉜 주민들이 관풍헌 앞에서 만나 하나로 어우러지는 장면은 관광객을 끌어당길 충분한 힘을 지니고 있다.
특히 제59회 단종문화제 칡줄다리기대회에서는 행사 당일 관광객이 직접 칡줄을 체험하는 프로그램이 처음 시도됐다. 어린이날인 5월5일에는 어린이 칡줄다리기와 어머니·아버지 칡줄다리기 대회도 별도로 열려 많은 관심을 모았다.
이제 영월 칡줄다리기를 지역 대표 브랜드로 키워야 한다. 주민 공감대를 바탕으로 전승 기반을 넓히고, 축제 콘텐츠와 관광 자원으로 발전시킨다면 후손에게 물려줄 당당한 문화경제 자산이 될 수 있다.
영월 칡줄다리기는 단순한 옛것이 아니다. 단종의 슬픔을 화합의 장으로 승화시킨 조상들의 지혜이자, 영월의 미래를 밝힐 소중한 열쇠다.
질기고 강인한 칡줄처럼 영월 군민의 마음을 하나로 모아야 한다. 영월 칡줄다리기가 영월만의 유산을 넘어 강원특별자치도와 대한민국, 나아가 세계인이 주목하는 ‘영월의 시그니처’로 거듭날 수 있도록 군민의 관심과 자부심이 필요한 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