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권혁순칼럼]‘선거 스펙꾼‘을 걸러야 할 이유

“무조건 유치· 예산 폭탄 지원” 공약 남발
총선 등 겨냥 경력 관리, 지역 발전 무관심

◇권혁순 논설주간

 6·3 지방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거리마다 화려한 현수막이 걸리고 후보들의 정중한 인사가 이어지지만, 정작 유권자들의 마음은 무겁기만 하다. 지금 강원특별자치도가 마주한 현실이 단순히 ‘축제의 장’으로 즐기기에는 너무도 엄혹하기 때문이다. 강원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들여다보면 위기의 징후가 도처에 널려 있다. 가장 뼈아픈 것은 인구 소멸의 가속화다. 도내 18개 시·군 중 상당수가 이미 소멸 위험 지역으로 분류된 지 오래다. 청년들은 일자리를 찾아 수도권으로 떠나고, 남겨진 농어촌과 구도심은 활력을 잃은 채 초고령화의 그늘 속으로 빠르게 침잠하고 있다. 여기에 지방재정 자립도의 악화는 강원의 손발을 묶어버렸다. 자체 수입으로는 공무원 인건비조차 해결하지 못하는 지자체가 수두룩한 상황에서 정부의 교부세에만 목을 매는 천수답 행정은 한계에 다다랐다.

 더욱이 강원특별자치도법이 통과되며 수많은 규제 완화의 권한을 쥐었다고는 하지만, 실질적인 재정 지원이나 핵심 규제(군사·농업·환경·산림)의 철폐는 여전히 거대한 장벽에 가로막혀 있다. 이름만 특별할 뿐, 정작 지역 경제를 바꿀 실질적인 동력은 채워지지 않은 빈 껍데기 상태에 가깝다. 동해안권의 신산업 육성이나 접경지역의 경제 활성화, 석탄산업전환지역의 대체 산업 마련 등 해묵은 과제들은 여전히 표류 중이다. 이처럼 켜켜이 쌓인 난제들을 해결하려면 강원의 지리적·행정적 특성을 뼛속 깊이 이해하고, 중앙정부를 설득할 치밀한 논리를 가진 ‘준비된 리더’가 절실하다.

그러나 지금 선거판에 뛰어든 후보들의 면면을 보면 과연 이 위기를 타개할 의지와 역량이 있는지 깊은 회의감이 든다.후보 490명 중 37.5%가 전과 이력이다. 즉, 출마후보 10명 중 4명이 전과 경력이다. 지역의 고유한 현안이나 주민들의 구체적인 삶의 애환에 대해 ‘공부하지 않은’ 자들도 너무나 많다. 지역의 재정 여건이나 법적 테두리에 대한 진지한 검토도 없이 “무조건 유치하겠다”, “예산을 폭탄 지원하겠다”는 식의 빌 공(空) 자 공약은 유권자를 기만하는 행위다. 지역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과 연구가 없는 후보는 당선되는 순간 행정 관료들에게 휘둘리거나, 임기 내내 갈팡질팡하다가 아까운 시간만 허비하게 될 것이 자명하다. 

더욱 경계해야 할 부류는 이번 지방선거를 그저 자신의 정치적 스펙을 쌓는 ‘경력 한 줄’로 여기거나, 차기 총선으로 가기 위한 ‘징검다리 다리놓기’로 생각하는 정치꾼들이다. 이들에게 강원특별자치도는 주민의 삶을 돌보는 터전이 아니라, 더 큰 권력으로 나아가기 위해 잠시 머무는 ‘간이역’이자 ‘정거장’일 뿐이다. 중앙 정치권의 눈치만 살피며 줄대기에 급급한 인사들, 몸집을 키우기 위해 지방자치단체장이나 지방의원 자리를 사유화하려는 인사들이 민의를 대변할 수는 없다. 이런 ‘정치 철새’와 ‘스펙꾼’들이 자리를 차지하는 순간, 강원의 행정은 표류하게 된다. 임기 내내 다음 선거를 위한 치적 쌓기용 전시 행정에만 열을 올릴 것이고, 진정으로 지역의 미래를 바꾸기 위한 장기적이고 고통스러운 개혁은 외면당한다. 강원은 누군가의 정치적 야욕을 채워주는 디딤돌이 될 만큼 한가롭지 않다.

지방자치의 본질은 주민의 삶을 바꾸는 ‘생활 정치’에 있다. 지역에 필요한 사람은 여의도 정치의 문법을 흉내 내는 세련된 정치인이 아니다. 거친 현장을 발로 뛰며 강원의 규제 사슬을 끊어낼 혜안을 가진 사람, 밤을 새워 지역 현안을 심도있게 검토하고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 집요한 일꾼이 절실하다.

유권자의 눈은 매서워야 한다. 번지르르한 말장난과 당의 간판 뒤에 숨은 부실한 후보들을 철저히 가려내자. 이번 6·3 지방선거는 강원이 소멸의 길로 걸어 들어갈 것인가, 아니면 진정한 특별자치도로 도약할 것인가를 결정짓는 골든타임이다. 치열하게 지역의 현안에 대해 고민하고 발전시킬 대안이 없는 자. 지방선거를 정거장 삼아 딴마음을 품은 자, 선거 때만 나타나는 자들에게 지역의 미래를 맡길 수는 없다. 유권자의 소중한 한 표로 그들을 철저히 걸러내야만, 강원의 내일에 희망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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