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경매 공장 30% 급증, 벼랑 끝으로 몰리는 제조업

최근 국내 증시가 코스피 8,000선이라는 전례 없는 호황을 기록하며 환호하고 있지만, 지역경제의 실핏줄인 지방 제조업은 벼랑 끝으로 몰리고 있다. 주가지수라는 화려한 숫자에 가려진 대한민국 실물경제 그늘이 생각보다 깊고 어둡다. 특히 강원지역의 상황은 ‘고사(枯死) 직전''이라는 표현이 과하지 않을 만큼 심각한 위기 국면에 직면해 있다. 눈부신 증시 폭등의 온기가 서민 경제와 지역 제조업으로는 전혀 전달되지 않는 극심한 ‘경제 양극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경매 정보업체 지지옥션의 통계는 도내 제조업체들이 마주한 참담한 현실을 수치로 극명하게 증명한다. 지난해 도내 공장 경매 건수는 103건으로, 전년(78건) 대비 무려 31%나 급증했다. 더 큰 문제는 올해 들어 그 속도가 한층 빨라졌다는 점이다. 올해 4월 기준으로 이미 공장 경매 건수가 40건을 돌파하며, 지난해 전체 건수의 절반을 가볍게 넘어섰다.

공장은 기업인에게 삶의 터전이자 마지막 자존심이다. 그런 공장이 경매 매물로 쏟아져 나오고 있다는 것은 제조업체들이 버티다 못해 결국 부도와 파산의 막다른 골목으로 내몰리고 있음을 의미한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전국에서 강원지역의 휴업 공장 수가 가장 많다는 사실이다. 한국산업단지공단에 따르면 3월 기준 도내 휴업 공장 수는 131곳에 달해, 전국 지자체 중 유일하게 130곳을 넘겼다. 내수 부진의 장기화라는 고질적인 악재에 더해 중동전쟁 여파로 인한 공급망 불안, 고환율·고유가·고금리의 ‘3고(高)'' 현상이 영세한 강원 제조업체들의 숨통을 조인 결과다.

원자재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는데 제품 가격에는 이를 반영하지 못하고, 고금리로 인한 이자 부담마저 가중되니 결국 공장 가동을 멈추는 ‘눈물의 휴업''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여기에 대외적 환경은 강원 제조업의 자생력마저 앗아가고 있다. 미국의 자국 우선주의 관세정책은 주요 산업의 원가 부담을 가중시켰고, 설상가상으로 밀려드는 중국산 저가 부품과 제품의 공세는 제조업들의 설 자리를 잃게 만들고 있다. 지금의 상황은 일상적인 환경 개선 수준으로 극복하기 어렵다. 속도가 생명이다. 당장 도산 위기에 처한 제조업체들을 위한 긴급 경영안정자금 수혈과 고금리 대환대출 지원 등 실효성 있는 ‘금융 심폐소생술''이 시급하다. 아울러 대외 변수에 취약한 강원 제조업의 체질을 개선하기 위해 친환경·디지털 전환을 위한 맞춤형 컨설팅과 R&D 지원도 병행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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