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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중언]숫자 3과 양양 정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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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조남원 기자

고대 그리스의 수학자 피타고라스는 숫자 3을 ‘최초의 완벽한 숫자''라고 불렀다. 시작 1, 중간 2, 끝 3이 모두 존재하는 최초의 숫자이자 면을 만들 수 있는 최초의 도형의 기초가 되기 때문이다. 이는 곧 시각적·구조적 안정을 의미한다. 동양 철학에서 3은 만물의 기원이자 완전한 조화를 뜻했다. 하늘(天), 땅(地), 인간(人)을 의미하는 천지인사상은 동양철학의 핵심이다. 이 셋이 조화를 이룰 때 비로소 우주가 완성된다고 봤다. ▼우리나라 정치에서도 숫자 3은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본격적인 지방자치시대가 개막한 이후 광역단체장 및 시장·군수·구청장의 연임을 3선으로 제한하고 있다. 권력의 장기 독점 방지가 가장 큰 이유다. 자치단체장은 다양한 권한을 갖고 있다. 4선 이상으로 열어 놓게 되면 지역 토착세력이 형성되고 권력의 사유화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 자연스럽게 권력형 부패와 비리라는 독버섯이 자라날 확률이 높아져 3선이면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이달 초 양양지역 주민들은 충격적인 소식을 접했다. 주민들이 직접 3선 군수로 뽑은 김진하 양양군수가 대법원으로부터 징역 2년형을 확정받은 것이다. 실형 확정으로 김 군수는 군수직을 박탈당했다. 세 번이나 주민들의 손으로 선출한 군수가 사법기관의 판단으로 끌려 내려오는 상황을 접한 주민들의 상실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김 전 군수가 아직 공식적인 사과 한마디도 없어 그를 믿고 지지해준 주민들은 배신감을 토로하기도 한다. ▼지금까지 역대 양양군수를 뽑는 선거는 9번 있었다. 이 가운데 3선 군수는 두 명이 나왔지만 마지막 3선 임기 중 모두 불미스러운 일로 법정에 섰다. 일련의 사태로 지역에서는 ‘양양군수 3선 불가론''이란 말이 나올 정도다. 동서양을 통해 상서로운 숫자 3이 양양군의 정치사에는 부정적으로 기록되고 있어 씁쓸하다. 주민들이 직접 열 번째 양양군수를 뽑는 지방선거가 10여일 앞으로 다가왔다. 꼼꼼히 살펴 지역 발전을 위한 적임자를 선택하는 일은 이제 유권자의 몫이 됐다.

김보경부장·bk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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