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선거구 획정 지연, 피해자는 유권자와 정치 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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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 시한 넘긴 지 수개월, 입지자들 발 동동
국회 직무유기로 정당의 공천 시스템 마비
평등권 보장·지역 특수성 고려 신속한 결론을

6·3 지방선거가 두 달도 채 남지 않았음에도 ‘내가 뛸 운동장’조차 결정되지 않은 초유의 사태가 반복되고 있다. 국회가 법정 시한을 넘긴 지 이미 수개월이 지났으나 선거구 획정을 차일피일 미루면서, 강원 지역을 비롯한 전국의 광역·기초의원 입지자들은 극심한 혼란 속에서 속만 태우고 있다. 민주주의의 기초인 지방자치가 국회의 직무유기로 뿌리부터 흔들리고 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현행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지방선거 선거구 획정의 법정 시한은 선거일로부터 6개월 전이다.

그러나 이 시한이 지켜진 적은 사실상 단 한 번도 없다. 2018년 지방선거에서는 96일 전, 2022년에는 고작 42일 전에서야 획정이 마무리됐다.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가 여전히 결론을 내지 못하면서 후보자들은 자신의 선거구가 어디인지, 어느 동네 유권자를 만나야 하는지도 모른 채 거리로 나서고 있다. 특히 강원 지역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춘천과 원주의 일부 선거구는 인구 상한선을 넘어서며 조정이 불가피한 상태다. 여야 도당 공천관리위원회조차 선거구 획정 결과에 따라 공천 후보 발표를 미루거나 ‘계속 심사’ 지역으로 분류하고 있다. 정당의 공천 시스템마저 마비시킨 국회의 무책임함은 지역 정치의 질을 떨어뜨리는 결정적인 원인이 되고 있다.

선거구 획정 지연의 최대 피해자는 정치 신인들과 유권자들이다. 인지도가 낮은 입지자들은 하루라도 빨리 자신의 선거구를 누비며 정책과 비전을 알려야 한다. 하지만 지금처럼 ‘운동장’이 정해지지 않은 상황에서는 어느 지역구에 집중해야 할지 판단하기 힘들다. 일부 후보자들은 특정 동을 중심으로 활동하다가 추후 조정 결과에 따라 선거구를 선택하겠다는 궁여지책까지 내놓고 있다. 이는 후보자 개인의 전략적 모호함을 넘어, 유권자들에게 혼란을 가중시키는 행위다. 유권자들 역시 내가 투표할 후보가 누구인지, 우리 동네를 위해 일할 사람이 누구인지 알 권리를 심각하게 침해받고 있다.

선거구 획정이 늦어질수록 후보 검증 기간은 짧아질 수밖에 없으며, 이는 결국 정책 대결이 아닌 ‘이름 알리기’ 수준의 졸속 선거로 이어진다. 지방자치의 핵심인 ‘생활 밀착형 정치’가 실종될 위기에 처한 것이다. 다행히 송기헌 국회 정개특위 위원장이 이번 주 내에 선거구 획정을 반드시 완료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그러나 이 약속조차 이미 늦어도 한참 늦은 것이다. 국회는 더 이상 당리당략에 매몰돼 선거구 획정을 지연시켜서는 안 된다. 인구 편차에 따른 평등권 보장과 지역의 특수성을 고려한 합리적인 획정이 신속히 이뤄져야 한다. 국회는 입지자들이 더는 발을 구르지 않도록, 그리고 유권자들이 제대로 된 선택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즉각 결단을 내려야 한다. 지방선거는 국회의원들의 정치적 셈법에 따라 좌우되는 부속물이 아니라, 풀뿌리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독립적인 축제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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