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란 간의 군사적 충돌이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면서 그 여파가 우리 민생의 가장 민감한 영역인 의료 현장까지 덮치고 있다. 전쟁으로 인한 유가 급등과 원자재 공급망 마비는 단순한 경제 지표의 변화를 넘어, 환자의 생명과 직결된 주사기, 주사침, 의료용 장갑 등 필수 의료 소모품의 수급 불안이라는 실존적 위협으로 다가왔다. 특히 강원특별자치도를 비롯한 지역 의료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물품 주문 중단 사태는 이번 위기가 결코 일시적인 현상이 아님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이미 도내 병·의원 현장에서는 지난 4~5일부터 플라스틱 재질 의료 제품의 수급이 사실상 끊긴 상태다. 플라스틱의 원료인 나프타(Naphtha)는 석유 화학 공정의 핵심 산물로, 중동 정세 불안은 곧 나프타 가격 폭등과 공급망 붕괴로 연결된다. 주사기와 수술용 가운, 수액 세트 등 현대 의학에서 단 하루도 없어서는 안 될 소모품들이 대부분 석유 화학 제품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현재의 공급망 위기는 의료 시스템 전반을 마비시킬 수 있다. 현재 도내 대학병원들이 3개월 정도의 물량을 확보하고 있다고는 하나, 소규모 개인 병원과 의원급 의료기관의 상황은 처참하다.
일주일 정도의 재고로 버티고 있는 이들에게 공급 단절은 곧 진료 중단을 의미한다. 의료진이 마스크와 수액 사용 시 실수를 줄여 낭비를 최소화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이는 미봉책일 뿐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전쟁이 길어질수록 물량 부족은 의료비 상승과 의료보험 수가 인상 압박으로 이어져 결국 그 고통은 고스란히 국민의 몫으로 돌아가게 된다. 정부와 보건복지부, 식약처가 뒤늦게나마 보건의약단체와 회의를 열고 협력 선언에 나선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선언’에 그쳐서는 안 된다.
정부는 당장 가용 가능한 모든 행정력을 동원해 의료 소모품의 수급 현황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는 국가적 통합 관리 시스템을 가동해야 한다. 특정 지역이나 대형 병원에만 물량이 쏠리지 않도록 배분 가이드라인을 설정하고, 민간 업체의 사재기나 폭리를 철저히 단속해야 함은 물론이다. 또한 중동 의존도가 높은 나프타 수급 경로를 다변화하는 중장기적 대책과 더불어 국내 의료 소모품 생산 기업들에 대한 파격적인 지원책도 병행돼야 한다. 강원특별자치도의사회가 선제적으로 수급 현황 파악에 나선 것처럼 중앙 정부 역시 현장의 목소리에 기민하게 반응해야 한다. 정부는 강력한 수급 안정화 정책을 즉각 실행에 옮겨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