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스라엘의 대(對)이란 전쟁이 1개월 이상 지속되면서 유가 폭등으로 인한 소비자 부담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이재명 대통령은 3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마치고 "호르무즈 해협 내 안전한 해상수송로 확보를 위해 협력하겠다는 의지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열린 한-프랑스 정상회담 뒤 공동언론발표를 통해 회담에서 중동 전쟁 관련 논의를 나눴다며 이같이 말했다.
특히 이 대통령은 "마크롱 대통령과 저는 중동전쟁이 야기한 경제 및 에너지 위기에 공동 대응하고자 정책 경험과 전략을 공유하고,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 해소에 함께 노력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원자력 및 해상 풍력 분야의 협력을 확대해 에너지 안보를 강화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회담 성과에 대한 설명도 이어졌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양국 교역액은 150억 달러로 역대 최대치였으나 여기서 만족할 수는 없다"며 "2030년 200억 달러 교역액 달성을 목표로 힘을 모으겠다"고 말했다.
또 "프랑스 에어리퀴드사가 한국에 지난해 35억 달러 규모의 투자를 한 점도 높이 평가한다. 신산업 투자를 늘려가며 현재 4만명 수준인 양국 투자기업의 고용 규모도 향후 10년간 8만명까지 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양국 정부가 채택한 각종 양해각서(MOU)도 차례로 소개하면서 "미래산업 분야의 공동 성장을 도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인공지능·반도체·양자 분야 협력 의향서'로 신성장 동력의 발판을, '핵심광물 공급망 협력 의향서'로 핵심광물 산업의 안정적 발전 토대를 마련했다"고 전했다.
특히 "한국수력원자력과 프랑스 기업 오라노·프로마톰 간 양해각서로 우리 원전에 원료를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동시에 글로벌 원자력 시장에 공동 진출할 기반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우주·방산 등에서도 상호 보완적인 협력을 더 확대하겠다"며 "문화협력도 강화해 '인적교류 100만명 시대'를 열고자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대통령은 "양국 유산청의 양해각서 체결은 대한민국 종묘와 프랑스의 생드니 대성당 등 유구한 문화유산을 세계인에 알릴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앞서 가진 확대회담 모두발언에서 "중동 전쟁의 여파가 국제 질서를 뒤흔들고 있다"며 "세계 경제와 에너지 분야의 파장도 날로 확산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오늘 회담을 통해 중동 지역의 조속한 평화 회복 및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 회복을 위해 지혜를 모으길 바란다"며 "위기 대응을 위한 공동의 협력 방안을 모색하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이에 마크롱 대통령은 "(한국과 프랑스가) 방위 분야에서 관계를 강화하고 중동사태의 상황을 안정시키기 위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며 "호르무즈 (지역을) 포함해 폭격과 폭력이 진정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헤게모니를 원하지 않는 국가, 현재의 예측불허 상황을 우려하는 국가들이 협력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앞서서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중동 파병 요구를 거절하면서 "현 상황에서 호르무즈 해협 개방 작전에 절대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지난 1일 일본 도쿄를 방문해 가진 일본 기업인·투자자 대상 연설에서도 호르무즈 해협 사태를 거론하며 "중국의 패권도 미국의 패권도 받아들일 생각은 없다. 아시아, 중동, 유럽의 여러 국가가 함께 항행의 자유를 확보하는 방안을 구축하는 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양국 정상은 분야별 협력 확대 방안에 대해서도 포괄적으로 논의했다.
이 대통령은 "한국과 프랑스는 교역과 투자 측면에서 괄목할 협력을 발전시켰고 인공지능, 양자, 우주, 원자력, 방산 등 미래 전략산업에서 협력의 지평을 넓혀가고 있다"며 "양국은 국제사회 급변에도 공동 대응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또 확대회담 직전 가진 소인수 회담이 예정보다 많이 길어졌다고 소개하며 "이런 점들에 대한 얘기가 길어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한반도 평화와 관련해서도 양국이 긴밀한 공조를 이어 나가길 희망한다"며 "마크롱 대통령의 이번 방한은 양국 관계의 새로운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양국은 우주나 방위 산업 등에서 협력할 수 있고, 인공지능·양자·반도체 등 힘을 합칠 분야가 다양하다. 농식품 분야나 문화 분야도 있다"며 "기후 문제도 함께 검토하고 싶다"고 희망했다.
아울러 "한국의 음악과 문화가 프랑스에서 큰 인기"라며 이 분야에서의 협력 필요성도 거론했다.
한반도 평화에 대한 언급도 나왔다.
이 대통령은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프랑스는 대한민국의 한반도 정책에 한결같은 지지를 보내주고 있다"며 "회담에서도 두 정상은 한반도 평화가 동북아와 유럽을 넘어 세계 평화에 영향을 준다는 점에 깊이 공감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우리 정부가 남북 간 대화 협력 재개 및 평화공존·공동성장의 미래를 위해 최선을 다한다는 점을 충분히 설명했고, 마크롱 대통령도 한반도 평화와 안정에 대한 프랑스의 지지가 변함없이 지속될 것이라고 말씀해 주셨다"고 전했다.
아울러 이 대통령은 "마크롱 대통령이 올해 6월 프랑스 에비앙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정식으로 초청해 주셨다"며 "G7 의장국인 프랑스가 국제사회의 경제적 불균형 해소와 국제파트너십 개혁에 리더십을 발휘할 것으로 기대한다. 대한민국도 지혜를 보태겠다"고 밝혔다.
이어 "앞으로도 마크롱 대통령과 함께 '새로운 140년'의 미래를 그려나가길 희망한다"며 "메르시 보꾸(감사합니다)"라고 사의를 표했다.
올해는 양국 수교 140주년으로, 마크롱 대통령의 국빈 방한도 이를 기념해 이뤄졌다.
한편 한국과 프랑스 정부가 정상회담을 계기로 핵심광물, 원전, 인공지능(AI) 등 다양한 분야에서의 협력 강화를 위한 협정 개정안 3건, MOU·협력의향서 11건을 체결했다.
우선 양국은 '핵심광물 공급망 협력 의향서'를 체결하고 지질조사 협력, 핵심광물 공급망 협력 프로젝트 발굴, 지속 가능한 채광 등에 협력하기로 했다.
한국의 첨단 산업과 핵심광물의 주요 파생 제품인 영구자석 제조 경험 등이 프랑스의 핵심광물 정련 기술 및 관련 인프라와 결합하면 시너지를 낼 것으로 청와대는 기대했다.
한국수력원자력과 프랑스 국영 원전기업인 오라노 간 협력 양해각서에는 핵연료 주기와 관련한 양사 간의 포괄적 협력에 대한 내용이 담겼다.
원자력 연료 공급망 협력을 강화해 안정적인 연료 조달 기반을 확보하고 글로벌 원자력 시장 협력 기반을 다지기 위한 것이다.
'AI·반도체·양자 분야 협력 의향서'도 채택, 양국의 핵심 전략 산업인 해당 분야에서 정부 간 정책적 교류 및 공동 연구, 인적 교류, 산업계 협력 등을 확대하기로 했다.
문화기술 협력 협정도 문화 협력 범위를 신흥 문화콘텐츠 분야까지로 확장하는 내용으로 개정됐다.
이 4건의 협정 및 MOU·협력 의향서는 양국 정상이 자리한 가운데 서명식이 진행됐다.
양국은 이와 별개로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협정 2건, MOU·협력의향서 8건도 채택했다.
'군사비밀 정보 보호 협정' 개정안에는 양국 정부 간 군사·군비 협력 분야에서 상호 제공된 군사 비밀 정보 보호·관리를 강화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제공된 정보에 변경된 양국의 비밀 분류 등급 등을 반영하고, 특정 군사비밀에 대해서는 '양국 국적자 외 열람 제한' 표기가 가능하다는 내용도 추가됐다.
'워킹홀리데이 협정' 개정안은 청년 교류 촉진을 위해 양국 간 워킹홀리데이 참여 대상 연령을 18∼30세에서 18∼35세로 상한 나이를 상향 조정하는 내용이다.
한수원과 프랑스 원전 장비 업체인 프라마톰 간 협력 MOU에는 양사 간 핵연료 분야 기술 협력에 대한 내용이 담겼다.
전남 영광 해마 해상풍력 발전 사업 공동개발과 관련한 협력 사항을 규정한 '해상 풍력 분야 협력 MOU'도 체결했다.
이는 한수원과 프랑스 전력공사(EDF)가 해당 사업 지분 참여, 관리 등을 함께 하겠다는 내용이다. 한수원은 REC(신재생에너지 공급 인증서) 구매도 담당한다.
양국은 이날 6·25 전쟁 참전 용사 예우 강화 및 관련 분야 교류 확대를 위한 '보훈 분야 MOU'도 채택했다
이밖에 '문화유산 분야 협력 MOU'를 통해 한국 종묘와 프랑스 생드니 대성당을 비롯한 양국의 주요 유산 간 연계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어학 보조교사 교류 협력 의향서'를 통해 양국 내 각각 한국어 및 프랑스어 학습을 촉진하기로 했다.
무상 개발 협력 분야 협력 사업을 발굴하는 내용의 MOU, 청정에너지와 기후 녹색금융 분야 협력 사업 추진을 위한 유상 개발 협력 분야 MOU, 글로벌 대형 산불 위기 공동 대응을 위한 '산림 분야 협력의향서' 등도 채택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