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0년 역사를 지닌 베니스비엔날레를 기원으로, 세계 도시들은 2년마다 비엔날레를 개최하며 문화예술 도시의 위상을 구축한다. 비엔날레는 단순한 전시행사를 넘어 도시 정체성 문화전략을 나타내는 장치이며, 때로는 도시 재생의 촉매로 작동한다. 월드컵은 국가의 이름으로, 올림픽과 비엔날레는 도시의 이름으로 개최된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대구 수성구의 ‘수성국제비엔날레’는 도시 이름이 아닌 구(區) 단위 최초의 사례일 것이다. 비엔날레는 전시 중심의 한시적 행사가 아닌, 실제 도시 공간 구축 프로젝트라는 점에서 차별성을 갖는다.
■물의 도시, 수성구의 잠재력=분지(盆地) 지형의 대구는 역사적으로 물 관리가 중요한 도시였다. 특히 수성구 일대에는 농업 기반 시기에 조성된 저수지와 못들이 산재해 있었으며, 도시화 이후에도 약 20여 개가 살아남아있다. 이들은 단순한 수자원이 아니라 지역의 기억과 생활을 담고 있는 장소다.
‘수성국제비엔날레’는 이 물의 공간을 중심으로 도시를 재해석하며 자연과 도시, 사람과 공간, 과거와 현재 사이 관계를 새롭게 조직한다. 한시적 전시 담론에 그치지 않고, 건축 조경 공간을 도시 속에 축적하는 장기적 프로젝트가 될 것이다.
■A. 수성못 BRIDGE STRUCTURE=수성못은 대구를 대표하는 수변 공간이자 도시의 중심적 여가 장소이다. 들안길 못둑길 카페 음식거리, 호텔, 상화동산, 선사유적지가 있는 이미 다양한 도시적 층위를 갖고 있는 못이다.
프로젝트는 들안로에서 수성못으로 연결하는 ‘브리지 스트럭처’는 200m 길이 보행 브릿지가 공중에 떠 있는 복합 문화 구조물이다. 2층 단면에는 갤러리 카페 문화시설이 배치하고, 최종 수면 위로 돌출된 캔틸레버 구조는 강렬한 도시 실루엣으로 형성된다. 기존 수성못이 둑길을 순환하는 평면적 경험이었다면, 수면 위에 부상하는 브릿지는 입체적 경험을 제공한다. 이동 쉼 조망을 통합하는 새로운 공공 영역으로 재편하게 된다.
밤의 브릿지 위 대형 스크린으로 못 둑과 유람선에서 영상을 감상한다. 앞산의 석양, 야경의 물빛이 겹쳐지는 장면은 ‘Bridge Over Troubled Water’의 낭만적 수성못 풍경을 기대케 한다.
설계를 진행 중인 일본의 이시가미 준야는, 호수 위 브리지 건축 사이수이 미술관(중국)으로 주목받는 세계적 건축가이다.
■B. 수상공연장 Floating Hills=여름 저녁이면 시원한 바람을 맞는 수성못 서측 모서리에 설계하는 수상공연장은 1,200석 규모의 가변형 공연시설이다. 꽃잎처럼 펼쳐진 구조는 물 위에 부유하며, 바람과 빛, 수면의 반사에 따라 매번 다른 분위기의 고정된 무대에서의 공연장이 아니라, 자연환경과 상호작용하는 문화 플랫폼이 된다.
세계적으로 활동하는 박윤진& 김정윤(Office PARKKIM)의 설계는, 높낮이 형태가 다른 8개 형태의 구조는 정해진 좌석이 아니라 각기 다른 위치 방향에서 관람하게 되며, 평소에는 자유로운 공원 쉼터가 된다.
수상 공원 공연장은 새로운 유형의 공공공간으로 주목을 받고 있는 뉴욕 허드슨 강변의 ‘리틀 아일랜드’를 연상시킨다. 수성못의 수상공연장 역시 그러한 가능성을 내포할 것이다.
■C. 수성파빌리온 ‘SUPRA’=파빌리온 ‘SUPRA’가 위치하는 대진지 수변공원은 수성IC, 대구스타디움 사거리에 위치한다. 인근 10여분 거리 안에 대구미술관, 간송미술관, 삼성 라이온즈 파크, 미래도시 알파시티가 근접하고 있다.
파빌리온 ‘SUPRA’는 2026년 ArchDaily (Building of the Year Awards) 국제적 수상으로 주목을 받으면서 ‘수성국제비엔날레’의 상징성을 보여주고 있다. ‘위’를 의미하는 ‘SUPRA’는 하늘에서 내리는 비, 지붕을 따라 흐르고, 땅으로 연못으로 스며드는 물의 순환생태를 파빌리온 건축으로 표현하고 있다. 환경을 지배하는 구조물이 아니라 매개체로서의 3개의 큰 바위, 목재와 금속, 케이블 와이어가 결합하는 파빌리온이다. 터키 이스탄불의 건축가(설계:So? A&I)는 ‘결국 지구도 하나의 돌덩이, 절대 공간의 점 하나’ 박목월의 연작시 (사력질 중 ʻ오늘’)구절을 설계 모티브로 한다.
■D. 소소별 파빌리온=내관지 못 둑 끝 모서리에 위치한 ‘소소별’(설계: 동원서, DA건축)은 백색의 간결한 구조로 주변 환경을 정리하는 역할을 한다. 절제된 작은 파빌리온, 소실점을 향하듯 좁아지는 계단을 따라 오르면, 한정된 프레임 안에서 하늘·산·물이 점층적으로 바라보게 한다.
높이 2m 남짓 계단 오름의 작은 바닥이 못과 주변 풍경을 멀리 바라보는 전망대이다. 못뚝에서의 건축은 지극히 제한적이다. 방향을 되돌리면 멀리 도시 풍경을 재구성하는 시선이 된다. 못 주변 둘레 길에는 로댕 조각상이 명상에 잠겨있고, 계곡사이로는 장엄한 팔공산 능성이 보이기도 한다. 경사 길을 한참 오르면 청계사와 찻집을 만나게 된다. 인적 드문 계곡 못으로만 여겨졌던 이곳을 ‘소소별’ 파빌리온은 도시에서 가까운 내관지로 연결하는 느낌이다.
■E. 매호천 파빌리온 Relational Field=신매역 인근 매호천변에 위치한 파빌리온 (설계: 예정우, 씨마건축)은 비엔날레 주제를 가장 직접적으로 나타낸다. 아파트 단지에서 하천을 따라서 들판으로 산책을 나가면서 만나는 장소는 특별한 명소라기보다 일상의 공간이다. 파빌리온은 그 일상 속에서 자연과의 관계를 재구성한다. 여름에는 뜨거운 태양으로 부터 그늘을, 저녁에는 바람을 머금는 쉼터로 기능한다. 산책 중 잠시 머무르고, 계절의 변화를 체감하며, 도시와 자연 사이의 거리를 좁히는 역할을 한다.
이벤트 놀이 등의 마당으로의 열린 공간이 아니라 벤치가 있는 안으로의 공간이며 오렌지 색상의 밝은 속살에 비해 경사지붕은 암갈색이다. 땅에서 솟아오른 듯 원초적 움막 땅 집을 연상케 하는 것은, 바로 인근에 욱수천 공룡발자국 화석지, 신석기 고인돌 유적이 있는 삶의 근원지이기 때문일까?
■지속성으로, 도시를 바꾸는 비엔날레=불과 2회를 맞는 ‘수성국제비엔날레’는 국내 최대 두꺼비 산란지 ‘망월지 생태환경조성’, ‘진밭골 목재친화도시’(설계:켄고 쿠마) 과정과 연호지구 '작은 미술관 조성 프로젝트'(LH 협력)등으로 확산되고 있다. 곳곳에 흩어진 점의 공간이 연결되어서 전체가 유기적인 네트워크 도시가 된다. 살아가는 도시, 바라보는 도시, 찾아오는 도시 방문자들에게도 문화 예술 경제도시로 진화하게 되는 것이다. 지속성으로 도시를 바꾸는 비엔날레를 기대하게 된다.
글=최상대 전 대구경북건축가협회 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