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지자체의 명운을 건 ‘제5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2026~2035년)’의 막이 올랐다. 각 광역시·도가 정부에 건의한 사업 규모만 무려 600조원대. 지난 4차 계획 당시 신규 사업 예산이 43조원 수준이었음을 감안하면, 산술적으로 10건 중 9건은 탈락할 수밖에 없는 유례없는 ‘철도 전쟁’이 예고된 셈이다. 이러한 치열한 경쟁 속에서 강원특별자치도가 ‘원주~춘천 고속철도’를 부동의 1순위로 낙점하며 승부수를 던진 것은 시의적절하며 전략적인 선택으로 평가된다. 강원자치도가 내세운 원주~춘천~철원 내륙철도(127.7㎞)는 단순히 지역 내 두 거점 도시를 잇는 지선이 아니다. 이는 강원자치도 전역을 바둑판 형태로 연결하는 ‘순환 철도망’의 마지막 퍼즐이자, 수도권에 집중된 인구와 자본을 내륙 깊숙이 유입시킬 수 있는 핵심 혈맥이다.
특히 최근 용문~홍천 수도권 광역철도의 예비타당성 조사 통과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이 노선과의 연계 시너지는 더욱 커졌다. 3조3,475억원이라는 막대한 사업비가 투입되는 만큼 경제성 논리에서 자유로울 순 없으나, 강원자치도 남북을 관통하는 이 노선이 갖는 상징성과 지역 균형발전의 가치는 돈으로 환산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정부의 입장 변화도 고무적이다. 국토교통부는 이번 5차 계획에서 수도권 외 지역 사업을 최우선 순위에 두고 예산 한도를 늘리겠다고 공언했다. 무엇보다 비용 대비 편익(B/C) 분석을 넘어 정책성과 지역 균형발전 등을 고려한 종합평가(AHP)를 적극 반영하겠다는 대목에 주목해야 한다. 이는 그동안 인구 밀도가 낮다는 이유로 매번 경제성 문턱을 넘지 못했던 강원자치도 철도 사업들에 새로운 기회의 문이 열렸음을 의미한다. 하지만 장밋빛 전망만 하기엔 상황이 엄중하다. 강원자치도가 건의한 10개 노선, 총 12조5,000억원 규모의 사업들이 모두 반영되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제천~평창, 제천~삼척, 연천~철원 전철화 등 다른 중점 사업들도 저마다의 당위성을 가지고 600조원이라는 거대한 파이 속에서 맹렬히 경쟁해야 한다. 특히 GTX-B 춘천 연장과 GTX-D 원주 신설 문제는 국비 지원 여부를 결정짓는 분수령이 될 것이기에, 지자체의 재정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한 정교한 지역 논리 개발이 중요하다.
이제 공은 다시 강원자치도로 넘어왔다. 이달 말까지 제출할 우선순위 명단에는 ‘하고 싶은 사업’이 아니라 ‘반드시 되어야만 하는 사업’에 대한 구체적인 추진 계획이 담겨야 한다. 정부가 강조한 ‘선택과 집중’의 원칙에 부합하도록 각 노선이 국가 전체의 철도망 효율성에 어떻게 기여하는지, 그리고 인구 소멸 위기 극복에 어떤 실질적인 대안이 되는지를 치밀하게 설득해야 한다. 5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이 발표될 내년 7월, 강원자치도가 ‘철도 변방’에서 벗어나 ‘사통팔달의 중심지’로 도약하는 전기를 마련하기를 기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