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도 신년사에서 대통령은 수도권 중심의 성장 구조를 넘어 지역이 스스로 성장 동력이 되는 국가 균형발전의 전환을 강조했다.
이는 단순히 지역 격차를 완화하겠다는 차원을 넘어, 대한민국의 성장 방식을 근본적으로 재편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다. 수도권 집중이 효율의 상징이던 시대는 지나가고, 이제는 지역의 다양성과 특성이 국가 경쟁력의 원천이 되는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대한민국은 지금 복합적 위기의 국면에 서 있다. 인공지능과 반도체를 둘러싼 첨단기술 경쟁은 국가 간 격차를 빠르게 벌리고 있으며,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보호무역 강화는 경제 전반의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여기에 국제 질서의 변화와 안보 환경의 불안정성은 상시적인 긴장을 만들어내고 있다. 기술, 경제, 외교, 안보가 분리되지 않은 채 동시에 작동하는 구조적 도전의 시대다. 이러한 위기 상황에서 국가 균형발전은 더 이상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특정 지역에 과도하게 의존한 성장 구조는 위기에 취약할 수밖에 없으며, 다양한 지역이 각자의 강점을 바탕으로 역할을 분담할 때 국가 전체의 회복력도 강화된다. 균형발전은 분배의 논리가 아니라,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전략이다.
각 지역은 이미 저마다의 고유한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수도권은 첨단 연구와 금융, 문화 산업의 중심지로서 혁신의 허브 역할을 할 수 있고, 중부권은 제조와 물류, 교통의 결절점으로 국가 산업의 기반을 안정적으로 떠받칠 수 있다. 호남권은 농생명과 신재생에너지, 대경권은 기계·부품과 첨단 소재 산업을 중심으로 특화 발전이 가능하다. 강원과 제주, 전북 등은 환경과 관광, 미래형 산업을 결합한 새로운 성장 모델을 제시할 수 있다.
이러한 국가 균형발전 구상 속에서 남부권 해양수도는 하나의 사례로 주목할 만하다. 조선과 해양산업, 수산업, 항만과 물류, 해양 에너지와 방위 산업이 집적된 남부권은 해양이라는 공간을 중심으로 산업과 해양안보, 환경을 함께 아우르는 발전 모델을 보여준다.
특히 이 지역에는 주요 해군 작전기지와 정비·교육 인프라 등 국가 해군 전략자산이 집중되어 있어 민간 해양산업과 국가 안보 역량이 유기적으로 결합될 수 있다. 해양수도 구상은 단순한 산업 집적을 넘어 해양을 매개로 한 국가 역량의 입체적 결합을 의미한다.
해양력은 단순한 군사력의 다른 표현이 아니다. 미국 등 해양 선진국들이 보여주듯, 해군력을 기반으로 조선 기술과 해양플랜트 산업, 항만 운영 능력, 친환경 해양 정책이 유기적으로 결합될 때 비로소 완성된다. 해군은 해양력의 중심 축이며, 산업과 기술, 환경 정책은 그 위에 구축되는 국가 역량이다.
남부권 해양수도는 이러한 해양력의 복합적 성격을 가장 잘 보여주는 하나의 사례다. 그러나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한반도의 지리적 특성상, 해양력은 특정 지역에 국한된 전략이 아니라 해양력을 매개로 유기적으로 결합될 경우, 국가 균형발전이 특정 지역의 사례를 넘어, 국가 전략으로 발전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출발점이라 할 수 있다.
국가 균형발전의 핵심은 획일화가 아니라 연결이다. 지역마다 다른 산업과 인재, 자산을 국가 차원에서 유기적으로 연계하고, 중앙과 지방이 역할을 분담할 때 대한민국은 새로운 성장 경로를 확보할 수 있다. 지방은 더 이상 지원의 대상이 아니라 국가 전략의 주체가 되어야 하며, 책임과 권한이 함께 주어져야 한다.
신년사가 던진 메시지는 분명하다. 위기를 돌파하는 해법은 한 곳에 몰아주는 성장이 아니라, 전국이 함께 성장하는 구조를 만드는 데 있다. 지금 바로 국가 균형발전은 대한민국이 위기의 시대를 넘어 새로운 도약으로 나아가기 위한 가장 현실적인 성장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