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6은 더 이상 ‘가전 전시회’라는 기존 정의로는 설명되지 않았다.
기술이 어디로 향하는지, 산업의 권력 지형이 어떻게 재편되는지, 일상과 지역경제가 어떤 방식으로 다시 쓰일지 예고하는 시그널이었다.
올해 CES가 명료하게 보여준 결론은 하나다. 인공지능(AI)과 로봇이 ‘기술의 옵션’이 아니라 ‘산업의 기본값’이 되어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삼성과 LG는 AI가 삶의 루틴 자체를 설계하는 단계로 진입했음을 선언했다. 현대자동차는 모빌리티 로봇 플랫폼 기업으로의 대전환을 명확히 했다. 엔비디아는 자율주행의 연산 생태계를 장악하는 방식으로 ‘미래 이동’의 주도권이 소프트웨어와 칩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소니-혼다의 합작 부스는 자동차가 이동수단을 넘어 ‘움직이는 컴퓨팅 디바이스’로 진화했음을 상징적으로 드러냈다.
냉정하게 마주해야 할 장면은 중국 기업들의 거센 추격이었다. 복싱 로봇, 청소 로봇 등 하드웨어 중심의 물량 공세는 한국 기업에 ‘기술 격차’라는 단순한 경쟁을 넘어, 서비스의 지능화와 생태계 완성도에서의 승부를 요구한다. 그러나 이 위협은 동시에 방향을 제시한다. 우리가 가야 할 길은 저가 제조 경쟁이 아니라, 데이터·소프트웨어·핵심부품을 축으로 한 고부가가치 구조, 즉 지능형 서비스와 핵심 밸류체인의 내재화다.
강원특별자치도는 CES 2026에서 역대 최대 규모 ‘강원통합관’을 운영하며 세계 시장을 향한 실질적 발걸음을 내디뎠다.
춘천, 원주, 강릉시와 강원대·가톨릭관동대, 강원테크노파크 등 9개 기관이 팀으로 움직였고, 강원도의 컨설팅을 기반으로 도내 3개 기업이 CES 혁신상을 수상했다. 수백만 달러 규모의 수출상담과 바이어 발굴 성과는 ‘강원 강소기업’이 글로벌 경쟁의 링 위에 충분히 올라설 수 있음을 증명했다.
강원이 집중해야 할 전략은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반도체·바이오와 로봇의 융합으로 ‘지능형 산업’을 선점해야 한다. AI와 로봇은 단독 산업이 아니라 기존 산업을 재정의하는 촉매다. 원주의 의료기기·바이오헬스 기반에 AI·로봇을 결합해 ‘지능형 원격의료’와 재활·돌봄 로봇 등 고부가 시장을 선점해야 한다. 동시에 반도체 분야에서는 단순 생산을 넘어 로봇·모빌리티에 탑재되는 핵심 칩의 설계–검증–테스트–실증을 묶는 거점으로 도약해야 한다.
둘째, 미래차 생태계를 ‘인증·시험·실증’ 중심으로 완성해야 한다. CES가 말해준 것처럼 미래차는 ‘달리는 로봇’이다. 횡성과 원주를 중심으로 구축 중인 e-모빌리티 전주기 지원체계를 한 단계 더 고도화해 도내 기업이 글로벌 완성차 공급망에 진입할 수 있도록 국제 표준 기반의 인증·시험 인프라를 확충해야 한다.
셋째, 글로벌 네트워크와 맞춤형 지원을 ‘전방위 지원군’ 수준으로 체계화해야 한다. 기술이 있어도 마케팅과 언어, 인증과 규제의 장벽은 높다. 강원특별자치도는 단발성 참가 지원을 넘어, 혁신상 컨설팅, 현지 파트너 매칭, 해외 투자자 네트워킹, 지식재산·규제 대응, 후속 수출계약까지 이어지는 ‘원스톱 스케일업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준비된 팀이 기회를 선점한다.
CES 2026이 보여준 것은 기술의 향연이 아니라, 산업 대전환의 신호탄이다. 동시에 강원특별자치도 전략산업의 방향이 결코 틀리지 않았음을 확인시켜 주었다. ‘강원통합관’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이제 전시회장에서 나눈 상담이 실제 수출계약과 고용 창출로 이어지도록, 강원 산업과 기업을 끝까지 지원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