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일반

감시는 ‘사람’ 예방은 ‘뒷전’…30년을 태워도 산불위험 그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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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산불 30년…잿더미에서 숲을 찾다]1996년 고성 산불
국내 최초 대형산불 발생 30년 지난 2026년 산림 일부 복구
CCTV 등 감시 장비 늘었지만 산불 감시는 여전히 사람 중심
고성 올해 산불인력 223명…1명이 축구장 300개 산림감시
산불 대응은 아직도 진화·복구 중심…사전 예방 시스템 한계

1996년 4월23일 강원도 고성군 죽왕면에서 발생한 산불은 사흘간 축구장(7,140㎡) 5,268개 면적에 달하는 산림 3,762㏊를 잿더미로 만들었다. 이 산불은 국내에서 처음으로 ‘대형 산불’로 공식 기록됐다. 그 이후에도 고성을 비롯한 영동지역에서는 대형 산불이 주기적으로 이어졌다. 산불은 더 이상 예외적 재난이 아니라 매년 반복되는 상시적 위험으로 자리잡았다. 창간 81주년을 맞은 강원일보는 고성 산불이 발생한지 30년이 지난 2026년, 산불 대응시스템, 산불 피해지역 복구 현황 등을 집중 진단하는 ‘강원 산불 30년…잿더미에서 숲을 찾다’ 프로젝트를 연중 진행한다.

◇1996년 4월23일 강원도 고성군 죽왕면에서 발생한 산불은 사흘간 축구장(7,140㎡) 5,268개 면적에 달하는 산림 3,762㏊를 잿더미로 만들었다. 이 산불은 국내에서 처음으로 ‘대형 산불’로 공식 기록됐다. 18일 고성 주민 이영탁(60)씨가 당시 산불 피해지역을 설명하고 있다.

■언제든 산불 위험=“겉으로 보면 산불이 났던 곳이라고는 믿기 어렵습니다.”

2026년 1월18일, 강원도 고성군 죽왕면의 한 산자락. 1996년 국내 최초의 ‘대형 산불’이 발생했던 이곳은 30여년 만에 울창한 숲으로 다시 채워졌다. 겨울철임에도 산 입구부터 나무가 우거져 있었고, 임도를 따라 올라서자 다양한 수종의 나무들이 빽빽하게 들어차 있었다. 능선을 따라 소나무와 활엽수가 자리를 잡으면서 생태계도 상당 부분 회복된 모습이다. 외형상으로는 당시 산불의 흔적을 쉽게 찾기 어려웠다. 산 일부에는 CCTV 등 감시 장비도 설치돼 산불 대응 시스템 역시 지난 30년간 강화된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러나 산을 바라보는 주민들의 표정은 여전히 불안하다. “불은 언제든 다시 날 수 있고, 자칫하면 큰 불로 번질 수 있어요. 바람 한 번만 잘못 불면요.”

■1명이 축구장 300개 규모 산림 감시=18일 강한 바람이 불어오는 고성 죽왕면에서 만난 이영탁(60)씨는 산을 가리키며 “건조특보나 강풍주의보가 내려지면 주민들이 수시로 산을 살핀다”고 전했다. 이어 “연기나 불씨가 보이는지 직접 눈으로 보고 냄새를 맡는 예전 방식이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30년간 산불 모니터링 장비는 크게 늘었지만 사람 중심의 감시 체계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산림면적이 5만㏊ 이상인 고성군은 올해 산불방지대책본부를 조기 운영하며 산불방지인력 223명을 배치했다. 산술적으로 1명이 200㏊ 이상, 축구장(7,140㎡) 300개 규모의 산림을 관찰해야 한다. 일부지역에 CCTV·감시탑이 설치돼 있지만 산악 지형 특성상 사각지대가 넓어 전체적인 감시는 쉽지 않다. 드론과 인공지능(AI) 기반 산불 감지 기술도 상시·전면적인 운영 체계로 정착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예방은 ‘뒷전’ 진화·복구에 쏠린 대응=매년 ‘양간지풍’의 강한 국지성 바람의 영향을 받는 강원 영동지역은 산불이 발생할 경우 가파른 산세와 낮은 도로 접근성으로 지상 진화에 한계를 보이고 있다. 바람이 강해질 경우 헬기 진화도 불가능해지고, 일몰 이후에는 아예 헬기 투입이 중단되면서 야간 산불 대응도 크게 제한된다. 특히 산불 대응체계는 아직도 예방보다는 진화와 복구에 무게가 실려 있다. 2026년 산림청 예산 3조260억원 가운데 진화(헬기도입·운영 등)와 복구(산불피해지 복원 및 정비 등) 분야는 예산 항목과 집행구조가 비교적 구체적인 반면 조기 감지, 상시 감시, 확산 예측, 위험 지역 사전 차단 등 산불 예방분야는 독립된 항목조차 명확히 구분되지 않는다. 전문가들은 대형 산불을 줄이기 위해 감시·예측·통제가 결합된 예방 시스템 구축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박수진 한국기후변화연구원 기후정책2연구실장은 “산불을 미리 막을 수 있는 재난이 아닌 발생하면 진압해야 하는 재난으로 인식하고 있다”며 “예산도 진화와 복구 중심이다. 이런 구조로는 대형 산불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1996년 고성 산불이 발생한지 30년이 지난 2026년 1월18일. 당시 산불 피해지역의 산림은 대부분 복구됐지만 여전히 감시 체계와 대응 시스템은 30년 전과 크게 변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사진은 산불 피해가 발생한 고성군 죽왕면의 한 산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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