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 보도를 보고 있으면 불법개설 의료기관 문제가 종종 언급되고 있다. 겉으로 보기에는 일반 병원과 다를 바 없지만 의료인이 아닌 사람이 의료기관 개설주체의 명의를 빌려 운영하면서 여러 문제를 발생시키는 경우가 적지 않다. 또 불법적으로 시설을 증축해 소방과 안전을 소홀히 해 국민 안전과 생명을 위협하는 실정이다.
2018년 1월 26일 경남 밀양의 한 병원에서 화재로 155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해당 병원은 자신들이 운영하는 장례식장에 시신을 유치하기 위해 인공호흡기 부착환자에 대해 산소 투입량을 감소시키고 환자 안전과 관련된 부분은 부실하게 관리했다. 또 입원환자를 돌볼 의료인력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일부 환자를 결박해 관리해 화재발생 당시 즉각적인 대피가 어려웠다. 그럼에도 요양급여(진료)비용은 크게 부풀려서 408억원 상당을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청구했다.
이러한 문제는 단순한 행정 위반 뿐 만 아니라 지역 주민의 건강과 직결되는 사안이라는 점에서 더 깊은 관심이 필요하다. 일부 불법개설 의료기관에서는 과잉진료나 질 낮은 의료서비스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아 환자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건강을 해칠 위험도 높다.
건강보험 재정의 손실 역시 지역사회와 무관하지 않다. 허위, 과잉 청구로 인한 재정 낭비는 결국 모든 국민이 부담해야 하는 문제로 이어진다. 또 하나 주목해야 할 점은 지역에서 성실하게 진료하는 정상 의료기관이 큰 어려움을 겪는다는 사실이다. 기준을 지키며 진료하는 병원은 시설, 인력, 운영비를 제대로 갖춰야 하지만, 불법개설 의료기관은 이런 기준을 지키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 상대적으로 비용 부담이 적다.
공단 자료에 따르면 2009년부터 2023년 6월까지 적발된 불법개설 의료기관은 무려 1,710개나 되었고, 환수 결정금액은 약 3조 4,275억원에 이른다. 하지만, 누적 환수율은 6.7%에 그치고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러 노력과 근복적 해결책이 필요해 보인다. 먼저 빅데이터를 활용한 시스템 구축과 전문기술을 활용해 이상 청구나 불명확한 운영 형태를 더 정확하게 찾아낼 수 있도록 감시체계를 고도화해야한다.
둘째, 의료인의 명의가 부적절하게 사용되는 일을 막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더 촘촘해져야 한다. 내부 신고자가 안심하고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만으로도 큰 변화가 가능하다. 의료인이 스스로의 윤리 기준을 다시 점검하는 과정도 병행되어야 한다.
셋째, 불법개설 의료기관이 적발되더라도 환자가 치료의 공백을 겪지 않도록 지원하는 체계를 확보해야 한다. 진료 기록이 안전하게 이어지고, 필요한 경우 다른 의료기관으로 자연스럽게 연결시켜 환자의 혼란을 줄일 수 있도록 체계화된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불법개설 기관 적발하는 것 못지 않게 중요한 점은 즉각적인 환수 조치가 가능하도록 조직체계를 확보해야 한다. 조사부터 최종 법원 판결까지 여러단계를 거쳐야 하고 그 수사기간도 약 11.8개월이 걸리는 현재 조직체계로는 증거인멸 등으로 환수에 어려움이 있다. 따라서 전문인력과 전문성을 갖춘 기관이 불법개설 의료기관을 정확히 파악하고 신속하게 범죄 사실을 입증하는 일관된 시스템이 확보되야 한다.
불법개설 의료기관 문제는 멀리 있는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동네의 건강과 직결된 현실이다. 모두가 안심하고 의료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지역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불법개설기관의 근본적인 근절이 필요하며 지금이 바로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