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발언대]인구절벽 시대 '창조적 과소'와 NPO의 활성화

나흥주 전 강원교육복지재단 이사장

강원특별자치도의 출범은 분권 시대의 문을 열었지만, 동시에 ‘지방 소멸’이라는 현실에 직면해 있다. 강원도 18개 시·군 중 상당수가 소멸 고위험 지역으로 분류된 지금, 단순한 인구 유입 정책만으로는 이를 극복하기 어렵다. 이제는 인구 감소를 재앙이 아닌 전환의 기회로 보고, 줄어든 인구에 맞춰 삶을 재설계하는 ‘창조적 과소(Creative Depopulation)’ 전략과 이를 실행할 민간 동력인 NPO(비영리 민간 조직)에 주목해야 한다.

‘지방 소멸’은 일본의 마스다 히로야가 제안한 개념으로, 자치단체가 사회·경제적 기능을 상실하고 사라질 위기에 처한 상태를 말한다. 한국에서도 관련 지표가 개발되며 보편화되었고, ‘축소사회’는 인구감소를 위기가 아닌 적용과 적응의 문제로 보는 관점이다. 핵심 전략인 ‘창조적 과소’는 인구 감소를 막기보다, 축소된 규모 안에서 삶의 질을 높이는 방식이다. 일본의 가미야마(神山)는 그런 전환의 대표적 사례다. 이는 양적 팽창에서 벗어나 질적 성숙으로 가는 길이다.

강원도처럼 면적이 넓고 인구 밀도가 낮은 지역은 공공서비스 유지 비용이 높다. 따라서 전 지역에 인프라를 균등 배분하기보다, 거점을 중심으로 서비스를 집약하고 외곽은 유연하게 연결하는 ‘컴팩트 앤 네트워크’ 방식의 공간 재편이 필요하다.

정주 인구에만 집중하지 말고, 강원도와 연결된 ‘생활인구’와 ‘관계인구’를 확대해야 한다. 청정 자연과 제도적 이점을 살려 워케이션, 은퇴자 마을, 예술인 촌락 등을 활성화하면, 인구 밀도는 낮아도 경제활동은 활발한 ‘밀도 있는 과소 사회’를 만들 수 있다.

이 전략이 실현되려면 행정만으로는 부족하다. 지역의 구석구석을 살피고 주민의 참여를 이끄는 NPO의 역할이 필수적이다. NPO는 기업이 외면한 영역과 행정이 닿지 못하는 복지·문화·교육 사각지대를 메우는 중요한 자산이다.

강원도는 NPO의 자생을 위한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 단순한 보조금을 넘어, 지역 문제를 스스로 발굴하고 해결하는 ‘문제 해결 플랫폼’으로 기능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특히 청년들이 활동가로 정착할 수 있도록 인건비·공간 등을 제공해 ‘사회적 일자리’로서의 가치를 인정해야 한다. 청년이 지역 변화의 주체가 될 때 강원도는 활기찬 공간으로 거듭날 수 있다.

지방 소멸 대응은 행정과 교육이 함께 움직일 때 가능하다. 지자체는 ‘살고 싶은 환경’을, 교육청은 ‘남고 싶은 교육’을 만들어야 한다.

강원특별자치도는 규제 특례를 활용해 NPO 활동 범위를 넓혀야 한다. 유휴 학교나 폐교, 빈집 등을 NPO 거점이나 교육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공유재산 조례를 혁신하고, 주민 조직이 시설을 운영해 수익을 지역에 환원하는 구조도 마련해야 한다.

교육청은 학교를 지역 공동체 중심으로 개방하고, ‘작은 학교’를 1대1 맞춤형 교육과 마을 연계 커리큘럼 등으로 특화시켜야 한다. 아이들이 지역을 배우고 사랑하게 만드는 ‘에듀타운(Edu-Town)’ 전략이 필요하다.

지방 소멸은 피할 수 없는 운명이 아니라, 대응 방식에 따라 새로운 삶의 기회를 만들어낼 수 있다. 인구는 적어도 주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삶이 존중받고, 민간 조직이 활발히 움직이며, 학교와 마을이 함께 아이를 키우는 강원이 우리가 바라는 미래다.

이제는 ‘성장’의 강박을 내려놓고, ‘지속 가능한 행복’을 위한 강원도형 창조적 과소 모델을 정립해야 한다. 행정, 교육, NPO의 연대가 삼위일체를 이룰 때 강원도는 소멸 위기가 아닌 창조적 삶의 터전으로 도약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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