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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중언]‘인사가 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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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조남원 기자

조직이 무너지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특히 인사(人事)가 무너지면, 겉은 멀쩡해 보여도 내부는 이미 부식되고 있는 것이다. ‘인사가 만사(萬事)’라는 말은 단순한 수사(修辭)가 아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조직의 흥망성쇠는 결국 ‘사람을 어떻게 쓰느냐’에 달렸다는 검증된 진리다. 손자병법은 장수의 덕목으로 지혜, 신의, 인자함, 용기, 엄정함을 꼽는다. 인사를 결정하는 리더 역시 이 덕목을 갖춰야 한다. 판단의 기준은 사적인 ‘호오(好惡)’가 아니라 냉철한 ‘객관성과 공정성’이어야 한다. 인사는 권력을 휘두르는 자리가 아니라, 조직의 미래를 선별하는 무거운 책임의 자리이기 때문이다. ▼평가의 핵심은 ‘정량’과 ‘정성’의 조화다. 숫자로 증명되는 실적(정량)이 객관성을 담보한다면, 리더십과 협업 능력 같은 정성평가는 숫자가 놓치는 인간적 통찰을 보완한다. 어느 하나만으로는 부족하다. 따라서 조직은 이 두 기준을 명확히 정의하고 공개해야 한다. 모호한 기준 뒤에 숨은 인사는 필연적으로 불신을 낳고, 보는 눈이 비뚤어지면 보이는 대상 또한 왜곡될 수밖에 없다. ▼인사를 심의하는 위원회는 ‘형식적 대표성’을 넘어 ‘실질적 객관성’이 생명이다. 내부 직급이나 성과를 대표하는 인물들이 투명한 절차 속에 선임돼야 한다. 만약 위원회가 특정인을 밀어주거나 배제하기 위한 ‘거수기’로 전락한다면, 그 순간 조직에는 치명적인 균열이 간다. 구성원에게 조직에 대한 환멸, 즉 ‘복무염증(服務厭症)’을 갖게 하고 그의 충성심을 갉아먹는다. ▼결국 인사는 ‘누구를 뽑았느냐’보다 ‘어떻게 뽑았느냐’의 문제다. 절차가 공정하면 결과가 다소 의외라 해도 납득할 수 있다. 그러나 원칙을 잃은 인사는, 설령 능력자를 앉힌다 해도 조직 전체를 뒤틀리게 만든다. 기둥 하나가 삐뚤어지면 지붕 전체가 흔들리는 이치와 같다. 외형과 정실이 아닌 사람의 중심(中心)을 보는 시스템이 작동해야 한다. 인사가 책임임을 잊는 순간, 만사(萬事)는 곧 망사(亡事)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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