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5년 제정된 ‘폐광지역 개발 지원에 관한 특별법(약칭: 폐특법)’은 석탄산업 사양화로 급격히 쇠퇴한 지역에 새 숨을 불어넣겠다는 국가의 약속이었다. 강원랜드 설립과 폐광기금 조성은 그 상징적 결과다. 2001~2024년 강원도 폐광진흥지구에만 약 1조 8,300억 원이 투입됐지만, 숫자만큼 지역 주민의 삶이 달라졌는지에는 선뜻 고개를 끄덕이기 어렵다.
태백·삼척·정선·영월 4개 시·군 인구는 1995년 이후 약 10만 명이 줄어 2025년 17만 명 수준에 머문다. 인구 감소는 전국적 현상이지만 폐광지역의 감소 속도와 체감 강도는 더 깊다. 이는 단순 통계가 아니라 지속 가능한 산업과 일자리를 만들지 못한 결과라는 점에서 정책 성과를 냉정히 되묻게 한다.
영월 ‘동강시스타’는 그 한계를 상징한다. 폐광 이후 대체 산업으로 추진된 관광·레저 복합시설이었지만 수요 예측 실패, 접근성 한계, 운영 책임 부재, 사후 관리 미흡이 겹치며 장기간 유휴자산으로 남았다. 시설은 지었으나 산업은 남기지 못했고, 건물은 남았으나 사람은 머물지 않았다.
폐광진흥사업 전반에 대한 비판도 같은 맥락이다. 지역의 먹거리를 무엇으로 삼을지에 대한 산업 전략이 불분명했고, 예산 집행 이후 성과를 점검해 다음 단계로 환류시키는 체계도 취약했다. 지원이 과했다는 문제가 아니라, 지원에 따라야 할 책임 구조와 평가 시스템이 제대로 설계되지 못했다는 뜻이다. 이제 폐광 기금은 목표 설정 ‣ 단계별 평가 ‣ 성과 연동 재투자가 가능한 구조로 바뀌어야 한다.
강원도는 탄광만이 문제가 아니다. 석회석 폐광지역도 환경피해와 인구 감소에 따른 지역 소멸 위기까지 이중·삼중의 부담을 안고 있다. 도는 전담 기구를 만들어 피해지역 주민 보호를 위해 ‘폐특법’과 별도로 ‘석회석 광산지역 특별법’을 추진하고, 강원특별법 개정에 반영되지 못한 과제는 행정력을 모아 국회와 정부를 설득해야 한다. 석회석 폐광지에 폐광의 충격이 커지기 전에 ‘석회석 폐광지역 특별법’으로 산업전환을 제도화해 탄광지역의 전철을 밟지 않도록 대비가 필요하다.
정부는 2021년 폐광지역법 적용 시한을 2045년까지 연장했고, 국회는 최근 ‘폐광지역’을 ‘석탄산업전환지역’으로 바꾸며 6월 29일을 ‘광부의 날’로 지정했다. 상징은 중요하지만 상징만으로 현실은 바뀌지 않는다. 카나리아가 위험을 감지해 광산 노동자들의 생명을 지켰듯, 전환 정책은 지역의 위험을 먼저 드러내고 정확한 처방으로 이어져야 한다. 또, ‘관광객 면세점 이용 특례’ 등의 내용은 ‘조세특례제한법’ 개정과 맞물려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으나 전환의 마중물로 작용할 수 있도록 도 차원의 지속적인 법령 개정 노력도 필요하다.
다행히 2025년 8월 삼척 도계의 중입자가속기 사업과 태백 장성의 청정메탄올 사업이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했다. 이제 중요한 것은 ‘통과 이후’다. 강원도는 중앙정부의 ‘5극3특’ 지역균형발전 기조를 결합한 기업과 인재를 붙잡을 실행계획을 만들고, 지속 가능한 산업 생태계와 성과관리 체계를 만들어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또 다른 ‘동강시스타’가 반복될 수 있다. 산업전환의 성공은 건물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산업과 사람이 남는 것이다. 지금이 그 전환점을 구축할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