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강원포럼]강원-수도권 순환 철도망 대전환 시대

이광재  전 국회 사무총장

강원도와 수도권을 하나의 생활권으로 잇는 순환 철도망의 새 시대가 열리기 시작했다. 며칠 전 국회에서 이와 관련한 사업 타당성 용역을 위한 예산이 포괄적으로 담겨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 과정에 맹성규 국토교통위원장과 송기헌 국회의원, 허영 국회의원이 핵심적 역할을 맡아줬다.

수도권과 강원도는 사실상 하나의 생활권으로 움직이고 있음에도, 철도망은 여전히 단절된 구조에 머물러 있다. 서울에서 춘천, 원주, 강릉으로 향하는 노선은 존재하지만, 동서·남북을 잇는 ‘순환 구조’가 없어 이동 시간이 과도하게 길고 노선 간 연결성도 낮다. 이번 예산 확보로 춘천에서 원주가는 철도에 파란불이 켜졌다.

강원도 내부 도시 간 이동도 버스 의존도가 절대적이다. 수도권과 강원도의 경제·관광·생활권이 하나로 통합되는 속도를 철도 인프라가 따라가지 못하는 것이다. 특히 강원도는 면적이 넓고 산이 72%이다. 유럽처럼 철도로 연결해야 한다. 수도권에서 춘천, 원주를 거쳐 수도권으로, 또는 수도권에서 춘천-속초-강릉-원주 다시 서울로 원형으로 연결 되어야 한다. 수도권과 강원도 어디든 철도가 원형으로 연결되는 순환철도망이 반드시 필요한 이유다.

수도권 역시 과밀 문제 완화와 다핵형 개발을 위해 동쪽과 남쪽으로 확장되는 광역 철도망, 즉 ‘순환형 연결’이 반드시 필요하다. 강원도과 수도권이 윈-윈(win-win)하는 초강수 발전전략의 핵심이다. 이 문제는 이미 선진국에서 해법이 입증되었다. 일본의 수도권 순환철도(JR 야마노테선·츠쿠바 익스프레스·게이힌토호쿠선 등)은 도심과 외곽을 원형으로 묶어 도시 성장을 균형 있게 분산시켰다. 일본의 순환철도망은 단순히 철도 기능을 넘어서 상권·주거·오피스·대학·병원이 철도를 중심으로 재배치되는 도시 혁신 모델로 발전했다.

독일 베를린의 링반(S-Bahn Ringbahn) 역시 수도권 핵심 지역을 원형으로 연결함으로써 환승 부담을 줄이고, 생활권을 자연스럽게 확장했다. 이 순환망은 통근 시간을 평균 20~30% 줄이고, 도시 외곽 개발과 중심지 혼잡 완화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프랑스 파리의 그랑파리 익스프레스(GPX)도 비슷하다. 파리는 기존의 방사형 구조로는 교통 혼잡을 해결할 수 없다는 판단 아래, 수도권 외곽을 연결하는 초대형 순환철도를 건설 중이며, 이 사업은 ‘파리의 경제 지도를 다시 그리는 프로젝트’로 평가받고 있다.

이러한 사례가 보여주듯, 수도권–강원 순환철도망이 완성되면 효과는 명확하다. 첫째, 이동 시간이 단축되고 생활권이 하나로 통합된다. 서울–원주–강릉–속초-춘천-서울을 원형으로 연결하면 된다. 둘째, 강원도 성장산업의 기업 유치력이 크게 강화된다. 철도 접근성은 데이터센터·바이오·의료·관광 등 핵심 산업 입지의 결정 요소이다. 셋째, 수도권 과밀을 완화하고 강원권 정주 인구가 증가한다. 서울–강원 간 1시간대 순환망이 열리면 주거·교육·의료 기능이 자연스럽게 분산된다. 넷째, 관광 산업은 폭발적으로 성장한다. 순환형 관광 벨트가 형성되면 강원 전 지역이 ‘K-관광 플랫폼’으로 재탄생할 수 있다. 다섯째, 기후·안전·재난 대응에서도 철도망은 핵심 인프라가 된다. 도로 의존도를 줄이고, 악천후 상황에서도 안정적인 이동 수단을 확보할 수 있다.

이를 위해 정부는 몇가지 일을 해야한다. 우선 수도권–강원 철도망을 개별 노선이 아닌 ‘단일 생활권 순환 시스템’으로 재설계해야 한다. 노선 중심이 아니라 생활권 중심 접근이 필요하다. 그 다음은 광역철도·고속철도·일반철도의 표준을 통합하고 환승·정산 체계를 하나로 묶어야 한다. 같은 구간을 다른 요금체계로 적용하는 방식은 이제 시대에 맞지 않다. 마지막으로 국토균형발전 전략과 연계해 ‘수도권–강원 순환철도개발 특별법’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이는 예비타당성·재원배분·사업기간 단축을 가능하게 한다.

수도권과 강원도는 더 이상 분리된 지역이 아니다. 이제는 철도가 두 지역을 하나의 성장축으로 연결해야 한다. 순환철도망은 단순한 교통 인프라가 아니라, 수도권 과밀 해소와 강원도 도약을 동시에 실현하는 국가 전략이다. ‘순환 철도망’ 타당성 용역 예산이 국회 문턱을 넘었다. 지금이 그 대전환을 시작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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