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문화단상]'동명이인(同名異人)'

이응철 수필가

이응철 수필가

‘축하합니다. 간밤에 출세하셨더군요.ㅎㅎ’

‘와. 드디어 해내셨네요! 검사님ㅋ’

‘德田 작가님, 춘천지검장까지 겸하시니 축하합니다.ㅋㅋ’

눈을 떠 보니 출세를 해 춘천지검 검사장이 되었다. 하룻 밤에 변신이다. 카프카는 깨어보니 거대한 벌레로 변했는데 어인일인가! 이응철 춘천지검 검사장에 새로 임명되어 발령이 났다고 지방신문에 대서특필이다. 기분이 묘하다. 이 얼마나 호사인가?

동명이인인 법조인 이응철(49)은 사법 연수원 33기, S대 사법학과를 졸업 제 43회 사법시험에 합격, 법무부 형사법제 과장, 형사기획 과장, 광주지방검찰청과 대검찰청 대변인을 두루 거치신 훌륭한 분이시다.

연일 폭염이 지구를 달궈 짜증스럽기만 하던 지난 여름, 여기저기서 미소 지으며 마음이 달뜨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웃으며 찾는 이 있어 행복했다.

이 어인 복력인가! 하룻밤에 명성이 드높아 괜시리 으쓱해지기도 하던 나! 그 바람에 귀한 이름을 다시 돌아보며 성찰하기도 했다.

평생 살면서 남춘천에 이응철 목사님이 한 분 더 계셔 놀란 적이 있다. 출간한 책을 신자를 통해 전해 드린 적도 있는데, 두 번째 동명이인이시다. 자지러지게 만물이 소리치며 용솟음칠 성하의 계절, 잔잔한 마음에 파도를 일게 했다.

챗GPT에 춘천 이응철 하고 물어보면 제법 작가라고 일러준다. 설명과 출판 서적, 작품 성격, 개성을 알려주었는데, 이젠 혼동이 되어 딱딱한 검사라고 알려 주겠지. 본관이 경주이다. 이제현, 이항복 등 학자 집안의 후손이다. 시조 알평, 고려 때 이제현의 익제공파 72대 손이고, 중시조 이거명의 37대 손이다. 자부심이 항상 충만하다.

고고지성으로 세상에 나오면서 조상이 달아주신 이름이다. 부친께서 입에 달고 사시던 말씀이 오성 이항복의 자손이다. 춘천지검장을 만나면 본관을 감히 물어보리라. 반갑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하다.

이름을 아끼기 위해 德田이란 아호를 많이 사용하는 편이다. 족보 돌림자 항렬보다 평생 써온 본명에 정이 담뿍 배어있다. 함께 울고 웃던 추억들, 시행착오로 값진 댓가를 치르고서야 바로 세워준 이름, 오죽하면 존경하는 문인께서 저를 벼랑 끝에 자란 소나무에 비유하기도 했다.

김유정 작품 만무방에 50번이나 등장하여 생닭을 뜯으며 못된 짓을 서슴치 않은 응칠이를 읽을 때도 미움이 솟구치지만, 그래도 한편으로 은근히 전과 4범인 녀석에게도 정이 가니 응(應)은 진정 어려운 세상에 대응하는 주무기가 분명했다. 토속적으로 북두칠성의 기운을 받은 응칠이는 애국지사 안중근의 애명이 아니던가.

교육대학을 나와 법률학과로 이적해 법에 대해 관심도 높았다. 교수들 강의에 경직된 법을 맛보기도 하고, 모의재판 때는 누구보다 준엄한 재판장이 되기도 했다. 불쑥 사법고시도 유혹하기도 했다. 그런 연유로 모교를 비롯해 중등에서 일반사회, 법과 사회, 정치 경제, 사회문화를 가르치며 제자들을 일갈하기도 했다.

동명이인同名異人ㅡ, 같은 이름을 가진 서로 다른 사람과 아름다운 고장 춘천에서 살아간다. 며칠 전에도 이 검사장님 활약이 크게 언론에 보도되자 구순이 넘은 누님께서 무슨 일이냐고 연락이 와 웃었다. 이 목사님 또한 선한 목자로 갈 곳 몰라 우왕좌왕하는 대중에게 밝은 횃불이 되어 주시길 바랄 뿐이다.

나 또한 옥양목처럼 이름 석자를 아끼며 글과 그림으로 평생 꽃피우며 살아간다. 봉사하고 겸손하게 더불어 살아가리라. 한문이야 다르리라. 응할 應 , 밝을 철이라 같이 쓰기는 쉽지 않으리. 德田, 또한 공자님 인仁의 첫 번째가 덕德이 아니던가! 덕을 잘 키워 부족한 저를 대변한 아호 德田을 더욱 갈고 닦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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